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된 대선 공약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외국과의 전쟁을 피하겠다는 공약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최근 벌어진 폭스뉴스 출신 보수 언론인이며 친트럼프 성향으로 유명한 터커 칼슨과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찬성하는 크루즈 의원에게 칼슨이 “이란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아나”라고 묻고, 크루즈 의원은 답하지 못했다. 칼슨이 이어 “당신이 무너뜨리려는 나라의 인구가 얼마인지도 모르느냐”고 비판하는 영상은 단 시간만에 수천 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마가를 지지했던 보수 인사들도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이날 “우리는 더 이상 ‘영원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개입하면 나라가 둘로 갈라질 것”이라고 했다.미국의 참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마가 운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보수 성향 논객인 캔디스 오웬스는 1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기반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마가는 우리 아들 딸들을 해외로 보내야 할 이유를 늘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포진한 네오콘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X를 통해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미국 우선 주의(America First), MAGA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많은 공화당 내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이 결국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당내 갈등에 휘말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경파 중에서도 스스로를 마가 인사로 여기는 이들의 참전 찬성 의사도 강해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은 최근 “우리는 무력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스라엘의 핵 위협 제거를 위해 전력을 다해달라. 이스라엘과 함께 전투기를 운용해야 한다면 합동 작전을 수행해달라”고 말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평론가 마크 레빈도 참전에 찬성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숀 해니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에 반대하는 마가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해니티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며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나 MAGA 운동을 어떻게 정의할 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자신의 지지층이 참전 여부를 두고 분열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가담할 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그는 “나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나는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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