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 발표한 후 90일 유예를 결정했던 상호관세 조치 마감 시한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밀고 당기기 기술이 대단합니다.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추가 유예조치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고, 백악관 참모진들 사이에서도 그런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유예할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오늘은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위해서 무역협상팀과 이번 주 중에 만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유예 여부를 막판까지 명확하게 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해서 최대한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주요 무역파트너와 협상을 9월1일까지 이어가겠다고 했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오늘은 말이 바뀌었습니다. 유예 대신에 7월9일 후에는 많은 국가들이 높은 관세율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성실하게 협상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관세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고, 그 마감일을 연장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또 마감일 전까지 많은 무역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는 4월2일에 발표했던 상호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문제, 상원에서 계류중인 감세 법안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신경쓰고 있었고 참모진은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을 본 것은 많지 않은데요. 중국과의 협상에서 희토류 문제로 역공을 당했고, 영국과는 협상을 1차 마무리 지었지만 10% 관세를 매기는 데 머물렀습니다. 영국은 미국에 대해서 무역적자를 보는 나라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대로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셈입니다.
사실에 입각해서, 현실적인 협상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아무래도 논리적으로 부족합니다. 백악관이나 미국 정부의 참모진들은 그런 점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것을 아랑곳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강대국 미국과 무역을 하려면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이 그의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처지인 일본은 7차례나 협상을 했지만 결국 오늘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 각국이 미국에 버릇없이 굴게 됐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존중하지만, 미국산 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면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도 전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지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막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한국도 덩달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를 낮출 생각이 없다면서 한국을 일본과 함께 언급했고요. 오늘 베선트 장관이 성실하게 협상하는 나라에도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한국을 함께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한국 협상팀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면 좋겠지만, 참 어려운 상대를 만난 것 같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