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이어 자동차…반도체·의약품도 ‘아메리카 퍼스트’

3 weeks ago 12

4월 2일 대미수출 1위 품목 車관세 예고…韓수출 최대품목 반도체도 겨냥
한국 기업 관세폭탄 우려에 보조금마저 깎일 위기정부 협상력마저 부재

14일(한국시간)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뉴스1

14일(한국시간)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자동차 관세까지 예고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인 부과 시점을 처음 밝힌 데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성장산업인 의약품까지 부과 대상으로 예고한 상황이라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차질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미 대미 투자액이 상당한 데다 관세를 피하려 대미 생산시설 확보에 투자한다 해도 공급망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4월 2일 상호관세에 더해 자동차 관세도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을 겸한 기자간담회서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에 대해 “4월 2일쯤 실행에 옮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전날 밝힌 ‘상호관세’ 역시 4월 2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인데, 같은 시기에 자동차 관세 부과 시점을 언급한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상호관세와 부과시점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에는 부과 대상이나 관세율 등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상대방 국가의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와 같은 부과시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세를 상호관세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양국은 2013년 발효한 FTA 협정에 따라 상대국 자동차에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상호관세 내용을 보면 얼마든지 명분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가 전날 서명한 ‘상호 무역 및 관세’에 대한 각서는, 상호관세 부과에는 상대국의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 환율 조작, 부가세, 역외세금, 부당한 규제나 차별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4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보면, 한국의 자동차와 관련한 무역장벽으로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가스 관련 부품(ERC) 규제를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대(對)미 수출액이 347억4400만 달러로 49.1%에 달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국 순위에서도 2023년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4위에 자리하는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韓 수출 최대 품목 반도체…성장세의약품도 트럼프 관세 표적

이에 더해 트럼프가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성장 산업인 의약품 역시 관세 대상으로 연일 거론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를 더욱 키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상호관세 각서에 대해 서명하면서 “우리나라에 제약 산업을, 또 반도체 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은 103억 달러 규모로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3번째를 차지한다.

의약품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기업의 위탁생산 수주물량을 바탕으로 2024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96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 무역장벽보고서는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일부기업에 세제혜택,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한국의 ‘혁신 의약품 기업’ 인증제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한국이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내내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말하고 스스로를 ‘타리프(tariff, 관세)맨’이라고 자처하며 관세 전쟁을 예고해 왔다.

취임 첫날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에 서명하며 전의를 다진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한 전면관세,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상호관세, 자동차까지 쉴 새 없이 관세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관세 부과를 발표할 때마다 트럼프가 한 언급을 보면 결국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처럼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치하기보단, 관세라는 채찍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심산이다.

시행까지 짧게는 수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둬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관세 걱정에 보조금마저 깎일 위기…대통령 탄핵으로 협상력마저 부재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생산시설 건설 직접투자방식) 투자는 2023년 215억 달러, 2024년 11월까지 367억 달러로 2년 연속 1위일 정도로 적잖은 투자를 단행해 왔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반도체·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주요 대미 투자 기업인데,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검토 방침으로 보조금도 깎일 위기에 있다.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대통령이 탄핵당해 부재중에 있는 등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관세 전쟁에 격화할 경우 공급망 확보에도 적지 않은 차질도 우려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강철과 알루미늄은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라면서 “이러한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과세는 미국 내 금속 생산을 더 장려할 수 있지만, 미국 제조업 전반에 걸쳐 비용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넬 대학의 무역 정책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출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증가하는 관세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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