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이후 노골적 ‘이스라엘 편들기’
바이든이 보류한 폭탄 등 제공 지시
이, 휴전이후 되레 군사작전 확대
서안 공격… 레바논 남부 철군 미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분명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도 이 같은 흐름을 등에 업고 강도 높은 팔레스타인 압박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25일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2000파운드급 폭탄 지원 재개를 지시했다”며 “이스라엘에 MK―84 폭탄 1800개가 수일 내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폭탄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의 지하 벙커 시설 등을 공격하는 데 필요하지만, 민간인 피해 우려가 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집권 1기 때도 △이란 핵합의 탈퇴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외교 정상화) 추진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할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의 자국 군대 철수도 늦추고 있다. 이스라엘이 19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6주간의 ‘가자전쟁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서안과 레바논에서 긴장을 높이며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친이스라엘 노골화하는 트럼프 행정부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이 주문하고 비용도 지불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보내지 않았던 많은 물건들이 배송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MK―84 폭탄 외 다른 무기 지원도 시사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무기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취임 첫날인 2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인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뒤집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의 통화에서 “요르단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더 많이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랍권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으로 이주시키는 건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조치로 간주된다. 대신 강경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에선 선호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강경파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트럼프 카드’로 전선 유지 가능해진 이스라엘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이용해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보호하고 이란의 영향을 받은 테러단체 발생을 차단하겠다며 군사 작전에 돌입했다. 21일 이스라엘군은 서안 북부 도시 제닌을 공격해 최소 1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세력인 PA가 관할하고 있는 서안에서 이스라엘은 그간 대규모 군사 작전을 자제해 왔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정착촌을 대거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의 군사 작전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맺은 임시 휴전 협정에 따라 26일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 이스라엘 측은 레바논 남부에 레바논 정부군이 너무 느리게 배치되고 있다며 철군 지연을 레바논 문제로 돌렸다. 레바논 정부군의 배치가 늦어지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다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25일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에 따라 여성 군인 인질 4명을 인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던 2023년 10월 7일 국경 근처 초소에서 경계근무하던 인원이다. 인질을 넘겨받은 이스라엘도 요르단강 서안 및 이스라엘 남부의 교도소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200명을 풀어줬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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