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찬장 총격 파문]
“정신 문제” 커크 피살때처럼 좌파 탓
범행 원인으로 ‘노킹스 시위’ 언급도… 중간선거 앞 보수 지지층 결집 노려
총격범, 범행전 가족에 ‘선언문’ 보내… 트럼프 겨냥 “고위직이 우선 표적”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 만찬 행사 도중 총격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아랫줄 가운데 앉은 사람), J D 밴스 부통령(뒷줄 왼쪽 세 번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앞줄 오른쪽 두 번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 등이 사건 직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출처 댄 스캐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 트럼프, 총격 사고 배후로 급진 좌파와 반기독교주의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 CBS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용의자인 콜 토머스 앨런(31)에 대해 “기독교인을 증오하는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용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한 질문엔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많은 증오를 품고 있었다”며 “그건 종교적인 문제로, 강하게 반기독교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를 “‘노 킹스’ 같은 것들 때문”이라고도 했다. 미 전역에서 이어져 온 반(反)트럼프 시위인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급진 좌파를 만들어냈단 취지로 주장한 셈이다.
그는 앞서 지난해 9월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가 연설 중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추모식에서 “싸워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며 커크의 암살 배후로 급진 좌파를 겨냥한 바 있다. 또 같은 달 미 북부 미시간주 그랜드블랭크의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뒤에도 “기독교인을 겨냥한 또 하나의 표적 공격”이라며 그 배후에 급진 좌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총격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복음주의·보수 기독교 유권자 등의 심리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패턴을 반복해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총성이 들린 직후 부상자가 있을지 우려했느냐는 질문엔 “걱정하지 않았다”며 “우린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급진화된 좌파 세력 등이 만든 환경 탓으로 또 한번 돌리는 동시에, 자신은 그런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지도자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용의자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빠르게 지나간 장면과 관련해선 “NFL(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이 영입해야 할 만큼 빠르게 달렸다”며 “영상에서 (용의자는) 거의 흐릿한 형체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은 그를 보자마자 총을 뽑았다며 “매우 전문적이었다”고 추켜세웠다.
한편 용의자인 앨런은 전날 범행 직전 “나는 더는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포스트가 앨런이 가족들에게 보낸 ‘선언문(manifesto)’을 입수해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를 두고 이번 범행의 핵심 표적이 트럼프 대통령임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앨런은 또 선언문에서 범행 표적에 대해 “고위직 관료들이 우선순위”라고 적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당시 현장에 있던 다수의 고위직 인사들도 노렸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며 “타인이 억압받을 때 (누가 네 오른뺨을 친다면) 왼뺨까지 돌려 대는 것은 기독교적 행동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그것은 억압자의 범죄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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