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은 갈대…푸틴과 75분간 통화 후 “우크라에 보복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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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드론공격에 강력대응 의지
트럼프 “휴전 이어지지 않아”

다시 러시아로 기우는 미국
우크라 지원 드론 격추 장비
중동 내 美공군부대로 재배정

러시아 이르쿠츠크 인근 공군기지에 가해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러시아 이르쿠츠크 인근 공군기지에 가해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5분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알리며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의한) 공군기지 공격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미국이 다시 러시아 입장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 1시간15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항공기 공격과 양측이 진행 중인 다양한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보복 공격’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문구 그대로만 본다면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기습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장거리폭격기 등 항공기 수십 대를 파괴한 것과 관련해 보복 공격을 시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휴전·종전 협상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사진설명

지난 4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차 바티칸을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이후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민간인까지 살상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재차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의 입장을 청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군용 비행장 공격 주제를 꽤 길게 다뤘다고 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한 우리 평가를 듣는 것이 매우 유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 계획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민간 시설을 고의로 공격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방해하려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정학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푸틴은 서방, 특히 트럼프가 직접적 군사대결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는 믿음에 용기를 얻고 있다”며 “푸틴의 대응이 우크라이나 도시와 기반시설에 대한 더 심한 무차별 폭격이 될 것”이라고 웹사이트 ‘G제로’에 썼다. 그의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은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 위해 조달했던 드론 격추용 장비를 중동 내 미군에 재배정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데 쓰도록 제공하려던 지상 기반 로켓용 특수 퓨즈를 중동의 미 공군 부대로 할당하고 있다고 지난주 자국 의회에 통보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획득한 군사장비를 중동 내 미군을 위한 용도로 전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군이 3월 시작한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물자 공급,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을 감안한 무기 비축 필요 등에 따른 것일 수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불참한 상황 역시 우크라이나에는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민간인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자행했다는 주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으로 주재한 정부 회의에서 지난 1일 접경지 브랸스크와 쿠르스크주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열차 탈선 사고를 언급하며 “이런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결정은 우크라이나 정치 당국이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난 이 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협상 전날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협상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키이우 정부가 테러 조직으로 타락하고 있고 그 후원자들은 테러 공범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또 푸틴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과 전화 통화를 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성명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에게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평화를 달성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분쟁을 최종적이고 공정하게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민간 인프라스트럭처 시설에 대한 파괴 공작 수행으로 “분쟁 확대에 베팅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대상 공격은 “국제법상 명백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통화한 것은 지난달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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