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수뢰-사기-배임 등 혐의
재판 하루 앞두고 심리 연기 결정
이 야권 “네타냐후 복종 의도” 반발
트럼프, ‘가자 휴전’ 성과 위해 나서… ‘타국 사법부까지 개입’ 우려 제기
“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이 언급 직후 연기가 결정되자 이스라엘 야권은 반발했다. 제1야당 ‘예시아티드’ 대표인 라피드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복종’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재판 연기’라는 당근을 꺼냈다는 의미다. 재집권 후 독일, 영국 등 주요국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강경보수 후보를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다음 주 안에 휴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선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돌입하도록 할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재판 연기를 촉구한 이유로 풀이된다. A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휴전 논의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이 먼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이후 네타냐후 총리 또한 미국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