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사고 싶다, 안보위해 필요” 북극 패권 눈독

20 hours ago 5

그린란드 “매물 아냐” 즉각 반발속
일각선 “美투자 유치해 관광 개발”
‘파나마 운하 반환’ ‘캐나다 편입’ 등
잇단 주권침해 발언 美서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파나마 운하’의 반환을 주장한 데 이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상이나 안보 전략상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읽힐 수도 있으나,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으로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덴마크와 파나마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며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인 덴마크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그린란드는 ‘북극 패권’ 요충지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에 이어 그린란드까지 눈독을 들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이 심상치 않다”며 “다른 국가의 주권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부동산 개발업자 특유의 인식 구조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캐나다에 25%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州)로 편입하겠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최근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 항로 개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또 리튬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상당량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극 패권’을 두고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18년 북극 군기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또 7월 중-러는 북극해 상공에서 합동 순찰을 진행했다. 미국 역시 1951년부터 그린란드 서부에 ‘피투피크 우주군 기지’를 운영해 왔다.

그린란드는 면적이 217만 ㎢인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한반도의 10배에 가까운 크기다. 섬의 약 80%가 눈과 얼음에 덮여 있고 나머지 지역에 주민 5만6000여 명이 거주한다. 덴마크가 18세기 초부터 지배했으나, 2009년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현재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국방 및 외교·안보를 담당하고 자치정부 재정의 절반을 지원한다.

그린란드는 2009년 자치정부 출범과 함께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하지만 덴마크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실제 독립을 추구한 적은 없다. 다만 가난한 국가는 아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6만8100달러(2021년 기준)로 세계 19위다.

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팽창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며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병합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식민주의와도 닮았다”고 평가했다.

● “현지에선 빈말 아니라고 여겨”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고 매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매물이 될 수 없고, 우리는 자유를 위한 오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덴마크 총리실도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나, 미국과의 협력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린란드 여론이 트럼프 당선인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의 희토류와 관광산업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 야콥센 왕립덴마크방위대 교수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에선 트럼프의 발언을 빈말이라고 웃어넘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덴마크에서 독립한 뒤 미국에 병합되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1기 행정부 때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 측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일단락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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