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UAE 오일머니와 AI칩 맞바꿔…“미래산업 내준다” 비판

7 hours ago 2

UAE, 美 데이터센터에 10년간 1950조원 투자 약속
美, 전략물자인 엔비디아 칩 年 50만개 수출하기로
中으로 기술유출, AI 인프라 ‘외주화’ 우려 목소리

AP뉴시스

AP뉴시스

중동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2000억 달러(약 280조 원) 규모의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백악관이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특히 양국은 UAE가 향후 10년 간 1조4000억 달러(약 1950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뒷받침하는 ‘AI(인공지능) 협정’에도 이번에 서명했다. UAE가 미국의 AI 데이터 센터 등에 거액을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를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가 거액의 ‘오일 머니’를 챙기기 위해 자국 안보를 담보로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 수출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AI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중동 투자금을 의도적으로 피한 바 있다.

● 美-UAE, ‘AI 협정’ 체결…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출할듯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2000억 달러 상당의 계약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엔 미국 기업 퀄컴이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및 UAE 통신회사 이엔드(e&)와의 협력을 통해 UAE의 아부다비에 AI 센터 등을 설립하고, 보잉과 GE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28대 구매를 대가로 145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특히 양국이 AI 협정에도 서명했다면서, 미국이 AI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때 UAE가 직접 건설해주거나 투자하기로 한 약속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UAE는 미국산 기술이 제3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한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투자에 대한 대가로 UAE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당장 올해부터 최첨단 AI 반도체를 연간 50만 개까지 수입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수 분간 대화하기도 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UAE 아부다비에 5기가와트 용량의 AI 데이터 센터 등이 있는 AI 캠퍼스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UAE의 대규모 투자가 AI 인프라, 반도체, 에너지, 양자컴퓨팅, 생명과학, 제조업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UAE가 향후 10년 간 투자하기로 한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언급하며 “미국과 UAE의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AI 합의, 中도와주는 꼴”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수출 합의를, 카타르에선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날 UAE에서 2000억 달러 계약까지 맺었다. 대부분 중동에 안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안보-경제 메가 패키지딜’ 성격이었다.

이러한 ‘빅딜’을 두고 미국 내에선 전략적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가장 민감한 AI 반도체 기술이 모호한 외국 투자와 맞바뀌었다”라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사우디나 UAE가 이 칩들을 어떻게 통제할지, 중국 정부나 제조업체가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다”고도 했다. UAE는 친미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도 밀착해왔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우회 유입될 가능성을 염려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제외한 각국별 수출 물량 한도를 둔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7일 해당 정책을 파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자산을 해외에 넘긴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력을 통해 중동에 AI 기반 인프라를 ‘외주화’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미국이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에서 경험했던 ‘주도권 상실’의 전철을 밟는 것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