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집권 2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다음달부터 10% 대중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과 표면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된다.
22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딩 부총리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공식 서열 6위다. 그는 "중국 개방의 문호는 닫히지 않고 더 넓게 열릴 것"이라며 "우리 비즈니스 환경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수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전체 관세 수준이 7.3%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국제사회에선 딩 부총리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바로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 흑자를 대놓고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갈등 심화를 피해 유리한 협상 고지를 모색 중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딩 부총리는 미국 등 어떤 특정 국가의 제품을 더 수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수출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무역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7조600억위안(약 1421조원)을 나타냈다.
다만 딩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거론하지는 않은 채 "어떤 국가도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유럽연합(EU)에 대해선 "정상적인 경제와 무역 협력을 방해할 수 있는 녹색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번 포럼 주제는 '지능형 시대의 협력'이었는데 딩 부총리는 무분별한 인공지능(AI) 개발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는 "AI는 알리바바의 동굴 속에 숨겨진 보물처럼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AI를 놓고 혼란스러운 경쟁을 계속한다면 '회색 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가 우리에게 곧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