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AC)들이 벤처캐피털(VC))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물적 분할을 통해 AC 신규 법인 소풍커넥트를 설립한다고 16일 발표했다. VC와 AC 부문을 분리, 투트랙 체계로 운영한다. 국내 대표 AC인 소풍벤처스는 출범 후 초기 기업에 투자해 오다가 올초 VC 라이선스를 신규 취득했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앞으로 초기 투자는 소풍커넥트가 하고, 소풍벤처스는 후기 투자에 집중해 운용자산(AUM)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C가 VC 자격을 추가로 얻어 중후기 투자를 시작하는 일은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소풍벤처스를 비롯해 에트리홀딩스, 메인스트리트벤처스, 베드록벤처스, 미래과학기지주, 젠티움파트너스 등 AC 6곳이 VC 자격을 새롭게 땄다. 올해 신규 등록 VC 중 상당수가 기존 AC다. 유명 AC인 퓨처플레이도 지난해 VC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초기 투자 시장 분위기가 악화하자 AC들은 팔로온 투자(후속 투자)를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불확실성이 낮은 중후기 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기업공개(IPO) 등 회수 통로가 막히면서 초기 투자가 성과를 내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길어졌다. 한 AC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발굴한 회사에 후속 투자까지 이어서 하는 ‘듀얼 라이선스’ 전략이 대세”라고 했다. 투자 혹한기일수록 펀드 규모와 건당 투자금액이 커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벤처투자촉진법에 따르면 AC는 전체 투자액의 40% 이상을 3년 미만 초기 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투자 기업의 업력이 3년 넘으면 후속 투자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VC 라이선스를 확보하면 투자 의무비율이 20%로 낮아진다. 다만 VC 라이선스는 20억~100억원의 납입자본금을 확보해야 취득할 수 있어 AC(납입자본금 1억원)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 업계 관계자는 “AC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초기 기업 육성에 특화된 AC가 중후기 투자에 집중하다 보면 초기 투자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 자유도가 높은 VC 역할을 늘리다가 초기 스타트업 발굴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