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없는 전쟁[임용한의 전쟁사]〈425〉

17 hours ago 3

두 국가가 퇴로 없는 전쟁에 맞물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상 전선에 큰 변화 없이 서로의 후방과 민간 지역을 폭격하고 있다. 전쟁 시작 당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다. 장거리 폭격 능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 공군이 광활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드론과 첨단기술이 폭격기와 미사일의 한계를 뛰어넘게 했다. 러시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히고 있다. 전쟁이 상대의 후방을 때리는 소모전으로 가는 것은 최악의 국면이다. 양국에는 분노만 쌓여 가고, 극한의 감정을 이겨낼 타협점은 보이지 않는다.

전쟁 초기부터 미국은 최악의 조정자였다. 탁상행정식으로 전쟁에 대응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원에 대한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요구하며 우방마저 적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덜컥 이란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란의 혁명세력은 치명타를 입었고, 다른 중동 국가들의 적이 됐다. 즉, 이란을 분열시키고 고립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란의 기존 지도부를 성급하게 제거했다. 군부는 군벌화할 조짐을 보이고 국민의 분노는 들끓지만, 전쟁을 끝낼 주체가 없다. 이란 정치인들은 군부와 강경파, 국민 눈치를 봐야 하니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 그 결과 전쟁이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종결짓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사태는 그나마 조금씩 진정될 여지가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최후의 공세를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지만, 전쟁을 종결시킬 만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여전히 소모적인 전투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러시아로서는 대공세가 초래할 희생을 감내할 여력도, 자신감도 부족해 보인다. 힘은 상자 안에 있을 때 더 무서운 법이다. 서툰 힘자랑은 자신을 쇠약하게 할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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