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선박 '130→13→1척'…휴전 뒤 더 좁아진 호르무즈

3 weeks ago 16

< 복면 쓴 이란군, 총 매고 상선 나포 > 복면을 쓰고 무장한 이란군이 2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를 위해 컨테이너선에 댄 사다리를 통해 갑판으로 올라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복면 쓴 이란군, 총 매고 상선 나포 > 복면을 쓰고 무장한 이란군이 22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를 위해 컨테이너선에 댄 사다리를 통해 갑판으로 올라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휴전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호르무즈해협 통행 상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이 해협에 대한 봉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해협 통과 상선 나포까지 시도하면서 해협 통행량이 하루 한 척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전쟁 전 130척에 이르던 하루 통행량은 물론, 미국이 ‘역봉쇄’에 나서기 전 하루 12~13척의 통행량과 비교해서도 크게 줄었다.

◇이란에 공 넘긴 美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휴전 기한과 관련해 “시간표는 없다”며 “사람들은 내가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것(이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한 휴전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전날 액시오스가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기간으로 3~5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부인했다.

이란군의 고속정이 컨테이너선에 접근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군의 고속정이 컨테이너선에 접근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6~72시간 내 이란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폭스뉴스 질문에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내 실용주의자와 강경파 간 싸움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통일된 대응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이 단시일 내에 내부 갈등을 봉합해 미국이 원하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상선 나포 작전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지난 21일 한 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레빗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위에 참여한 여성 8명을 처형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고 SNS에 올렸으나 이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함께 협상파를 형성하고 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언제나 대화와 합의를 환영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봉쇄가 지속되는 것이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이 먼저 봉쇄 해제 조치를 해야 협상장에 발을 들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미군 내부 갈등 격화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식어가는 가운데 지금 당장 양측이 종전에 합의한다고 해도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국방부의 의회 보고 내용을 인용해 이란군이 호르무즈해협에 부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데 반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으리라는 불안이 커지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은 각각 배럴당 94.49달러, 103.40달러로 1% 넘게 상승했다.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다른 군 장성 간 충돌이 본격화한 것도 변수다. 미 국방부는 이날 존 펠런 해군장관이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전날까지 의회 보고와 취재진 면담 등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던 그가 갑작스레 물러나는 데 대해 국방부는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이후 대응, 향후 전략 등에 관해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해군 경력이 없는 사업가 출신의 펠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황금함대와 트럼프 전함 등의 아이디어를 발표한 그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대통령이 관련 명령을 헤그세스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WSJ는 추정했다. 펠런 장관이 한국 등 동맹국의 해외 조선소에 군함 생산을 맡기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였다는 주장(헌터 스티어스 전 해군 장관)도 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을 경질했다.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잭 리드 미 상원 군사위 소속 최고위원(민주당·로드아일랜드)은 “국방부 최고위층의 혼란은 우리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 동맹국 그리고 적대국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