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배경 실종로봇 추적극…로봇과 인간 경계를 묻다

1 week ago 17

장편소설 <루미너스> 박지선 작가 인터뷰
AI와 로봇으로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 많아
만약 그 로봇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의미일까
"인간과 AI로봇의 가장 큰 차이는 '호기심'"

박지선 소설가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박지선 소설가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많죠. 그런데 그 로봇을 잃어버린다면, 그건 또 어떤 의미일까요.”

장편소설 신간 <루미너스>를 펴낸 박지선 작가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을 주제로 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은 AI를 탑재한 반려로봇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준 형사는 반려로봇 유괴 사건의 단서를 쫓던 중 로봇 디자이너로 일하는 여동생 모건과 만난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함께 자랐지만 홀연히 사라진 로봇 형제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만든 그 로봇은 세상을 떠난 삼촌과 꼭 닮은 모습이었다.

박 작가는 로봇에서 상실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단순히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라, 잃어버린 존재를 붙잡으려는 욕망이 응축된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다. 죽은 반려동물을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복제하는 것처럼, 로봇과 AI를 활용하면 살아 있는 죽은 생명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죽은 이의 말습관을 복원한 사례가 대표적. 박 작가는 “최근에는 기술 자체가 죽음을 물리치고 싶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은 AI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사랑받기를 원하며, 버려지기도 하는 상황이 중요한 축으로 다뤄진다. 돈을 내고 자신을 구매한 인간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오직 그것만을 위해 설계된 로봇에겐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작중에서 인간의 사랑을 받지 못한 로봇은 ‘데이팅 스쿨’에 가고,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을 벌이기까지 한다.

다만 박 작가는 로봇이 압도적인 역량을 갖추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내면을 쓰는 건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는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그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무서우면서도 매혹적인 점은, 인간은 로봇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비인간의 시점을 의인화하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AI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호기심’일 것으로 짐작했다. 박 작가는 “AI에게 질문할 수는 있지만, AI가 질문을 꺼내지는 않는다”며 “호기심 자체가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캔자스대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그에게 AI는 창작 교육의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는 AI가 없을 때 글을 쓰고 생각하는 방법을 익혔는데, 돌이켜보면 감사한 일”이라며 “AI를 활용하는 학생들에게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그가 왜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택했을까. 처음에는 먼 미래의 아시아 어딘가를 상상했지만, 쓰는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장소를 지우는 데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주인공이 형제와도 같은 존재를 잃었다는 설정이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 그는 “젊은 세대는 북한에 대한 기억은 없고, 가까우면서도 먼 유령처럼 느낀다”며 “소설의 배경으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젠더 역시 소설의 중요한 축이다. 주인공 준은 여성으로 태어난 트렌스젠더 남성이다. 사고를 당한 뒤 로봇으로 만들어진 남성 신체를 가졌다. 신체 상당 부분이 로봇으로 이뤄진 만큼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박 작가는 “아무도 준의 젠더를 착각하지 않지만, 그의 입장에서 자기 몸은 아닌 만큼 이와 관련한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으로 인한 불쾌감)도 느낀다”며 “퀴어 커뮤니티를 포함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의 다음 작품도 한국이 배경이다. 1980년대 제주. 돌고래처럼 앞바다를 차지하고 있는 인어들이 등장한다. 박 작가는 “한국이 되살아났다는 점을 세계에 알린 ‘88서울올림픽’ 전후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싶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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