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한국 사회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심화하는 혐오에 대해 “함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강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혐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이 혐오의 시대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혐오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을 발견한다고도 했다. 한강은 “혐오를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혐오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문제라는 데 우리가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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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강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최근 논란이 된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 친구들도 ‘우리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실패하게 됐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사건이 나타났을 때 충격과 놀라움 속에서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이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 것이라면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를 잘 포착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덮고, 그다음 충격이 이전 충격을 덮어 쓸려가 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간담회는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 이후 한강이 한국 언론과 공개적으로 질의응답을 가진 첫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며 “그래서 좀 칩거했는데 지금은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털어놨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올해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하고 한강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제주4·3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도 공식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한강은 공연에 대해 “책을 읽는 것이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라면 공연은 함께하는 경험”이라며 “문장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감정에 배우들의 목소리와 움직임, 표정까지 함께 음미할 수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책으로만 읽은 독자들이 작품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은 오는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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