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UEL 결승전이 종료된 이후 그라운드에 앉아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페이스북
토트넘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결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후임으로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선임했다. 역시 런던에 연고를 둔 브렌트포드를 이끌어왔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잉글랜드)이 새 사령탑을 구했다. 역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포드를 이끌어온 토마스 프랑크 감독(덴마크)이다. 2024~2025시즌을 마친 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호주)과 결별한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프랑크 감독과 2028년 여름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제 시선은 토트넘의 리빌딩으로 향한다. 변화는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토트넘은 지난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를 제패했으나 EPL을 17위로 마치며 ‘전통의 명가’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챔피언십(2부) 강등권을 살짝 벗어난 순위다. 리그컵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조기 탈락했다.
바닥으로 추락한 위상을 되찾는 것은 물론 UEL 우승으로 쟁취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좋든 싫든 선수단에 리빌딩은 필요하나 핵심은 변화의 폭이다. 그런데 토트넘의 변화는 한국축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주장 손흥민(33)의 거취가 걸린 예민한 문제다.
영국 현지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언론 보도나 팬 여론 또한 반반에 가깝다. 2015년 여름부터 토트넘을 위해 헌신했고, 입단 10년 만에 프로 커리어 첫 우승에 성공한 손흥민은 당연히 팀 상징이므로 남겨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으나 모든 것이 행복한 지금이 아름답게 결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30대 초중반의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손흥민을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은 정부 차원에서 스포츠 활성화에 남다른 공을 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적극적이다. 손흥민이 평소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는‘리빙 레전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포르투갈)가 몸담은 알나스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 알힐랄 등 사우디 전통의 빅클럽들의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
일각에서는 토트넘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손흥민의 몸값을 5000만 파운드(약 920억 원)로 추산한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추정한 시장가 2000만 유로(약 313억 원)의 3배에 가까운 액수로, 이 정도는 나와야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손흥민도 거취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와 A매치를 마친 뒤 과거 기성용(FC서울)이 남긴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행에 거부감을 드러낸 그이지만 2년이 흐른 지금은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손흥민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0차전 홈경기(4-0 한국 승)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거취 관련 질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해 스스로 물음표를 남겼다. 뚜렷하게 “남겠다”가 아닌, 떠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충분히 해석될 만 했다. 앞서 한 영국 매체는 “손흥민이 토트넘 동료들과 스태프에게 헤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토트넘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손흥민과 구단이 아무런 교감 없이, 또 아무런 대화 없이 결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게다가 토트넘은 이번 여름에도 한국을 찾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갖는다.
이번이 3번째 방한으로 토트넘 마케팅에서도 손흥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유니폼 등 굿즈 판매는 물론, 스폰서 확보에서도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 수익에 예민한 다니엘 레비 회장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단번에 900억 원 이상을 챙길지, 아니면 장기간에 걸쳐 계속 수익을 창출할지 결정해야 한다.
마침 올 여름 유럽축구 선수이적시장은 클럽월드컵으로 인해 올스톱된 상태다. 7월 말은 지나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손흥민도 우선 프랑크 감독과 직접 만나 대화한 뒤 각자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 감독에게도 팀 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테랑을 헌신짝처럼 버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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