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전 나선 10인
前 직장경험 살린 경우 많지만
새 분야서 숨은 끼 발견하기도
사회에 기여하는 삶도 만족감
이전에 누린 지위 빨리 잊어야
◆ 코리아 시니어 리포트 ◆
"돈보다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삶을 즐기게 됐다."
매일경제는 은퇴 후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W세대(1955~1974년생)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은퇴 이후 삶을 들여다봤다.
이들이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꼽은 키워드는 'ESC'로 압축된다. 인생 1막에서 얻은 전문성(Expertise)은 살리고 국가와 이웃에 봉사(Service)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도전(Challenge)하라는 것이다.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W세대들은 직장에서 오래 일하며 쌓은 '주특기'를 살려 창업에 뛰어들거나 재취업을 한 사례가 많다.
전직 경찰인 김용갑 씨(62)는 마약수사대 팀장과 수사과장 등으로 일하다 태권도 관장으로 변신했다. 퇴임해 경찰관 때 쌓아놓은 무술 실력을 살리는 것이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죽기 전까지 일하는 게 꿈"이라며 "자신 있게 훈련이 된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27년 동안 대기업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와 연구소장으로 일했던 강주현 패션솔루션 더헤이븐 대표(52)도 전문성을 살려 창업에 나섰다. 강 대표는 자신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을 결심했다. 강 대표는 "중장년층의 자존감을 높이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갖춰졌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라고 조언한 이들도 많았다. LG화학(옛 럭키화학)에서 34년 동안 근무하고 퇴직한 김경현 씨(62)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유럽 경쟁사를 선택하지 않고 특허청 2차전지 소재심사과 특허심사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 심사관은 "기술자로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통신사에서 근무했던 김호 씨(54)는 고향인 부산에서 장애인을 위한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승객들을 친절로 대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올해 10월 부산진경찰서 모범운전자회에서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시니어들도 상당수다. 도예가 김군선 씨(64)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2018년 신세계TV쇼핑 대표로 은퇴하기까지 33년간 한 직장에서 근무한 '신세계맨'이었다. 도자기 문외한이었던 그는 은퇴 후 5년간 도예에 매달린 끝에 지난해 말 열린 제39회 무등미술대전에서 달항아리로 공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6년간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일했던 이상숙 후백(HU100) 대표(53)는 퇴직 후 답례품 등으로 인기가 높은 호두정과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를 차렸다.
퇴직 이후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전 직장에서 누렸던 지위와 대우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보험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김덕출 씨(63)는 과거 남부럽지 않은 높은 연봉과 대접을 받던 생활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은퇴 후 IT 전문강사로 변신해 제2의 삶을 보내고 있다.주유소 사장님에서 맥도날드 크루로 변신한 김인수 씨(62)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며 "나의 존재감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일이 보람 있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최재원 기자 /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