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후 이틀 연속 달러당 원화가치 약세
헌재 최종 판결 전까지 정치적 불확실성 여전한 탓
美금리정책 변화·외국인 커스터디 매수 등 겹악재
트럼프 집권 초기 韓 리더십 부재 등 우려도 반영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2차 비상계엄 및 탄핵안 표결 장기화 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음에도 달러당 원화값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내린 1437.0원으로 개장한 뒤 143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된 후 첫 거래일이었던 전날 시장의 예상을 깨고 원화가치가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에도 헌법재판소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잔재하는 탓에 관련한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해 재판관 임명 절차를 진행 중으로, 최종 판결까진 최대 약 180일이 소요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달 말까지 9인 체제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고, 일각에서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이후 상승하던 원화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전 반락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원화는 재차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 심리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회수 움직임 등도 환율 등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증시 순매도에 따른 커스터디매수(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도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집권 초기 국내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대외여건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구조적·순환적 눈높이 하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 펀더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라는 대내적인 원화 약세 요인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가치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