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들어 23억달러 증가
엔화예금은 차익실현나서
정치권 불안감에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이달 달러 예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졌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안전자산으로 달러 가치가 부각된 영향이다. 반면 엔화 예금은 엔화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평가에 차익 실현 수요가 늘며 잔액이 줄었다. 연말 투자 셈법이 한층 복잡해진 모습이다.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달러 예금 잔액은 626억9083만달러(약 89조원)에 달했다. 11월 말 603억5522만달러(약 86조원)에서 3.8%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엔화 예금은 1조1112억엔(약 10조3800억원)에서 1조70억엔(약 9조4000억원)으로 9.4% 빠졌다. 이 기간 달러와 엔화 모두 원화 대비 가치가 2%가량 올랐다. 차익 실현 조건이 생성됐지만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외화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언 이후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이 불어나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였다"며 "달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예금 잔액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를 빼서 달러를 사는 수요가 존재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엔화가 저점이어서 상담을 받는 고객이 많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주로 달러 관련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두 통화의 보유 목적이 갈린다는 점도 예금 잔액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은행에 따르면 달러는 투자 외에도 해외 체류 가족에게 송금하려는 수요 등이 많지만 엔화는 대부분 투자 수요로 분석된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