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먹는 하마’ 백합나무, 소나무 2.7배 흡수… 목재 가치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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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넥스트, 숲이 해법이다]〈3〉탄소 줄이는 숲 만들기
온실가스 줄여줄 숲 계속 감소
소나무 베고 백합나무 등 활엽수
같은 면적서도 탄소 흡수율 높여
산림청, 올해 3600만 그루 심기로

3일 충남 부여군 초촌면 응평리 망월산 일대에 탄소 흡수율이 높은 백합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연둣빛 싹을 틔웠다. 이 숲은 2006년까지 소나무 같은 침엽수 등 5217그루가 자라던 곳이다. 산림청은 숲 생태계 다양화를 위해 수종갱신을 했고 탄소 흡수량은 이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부여=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3일 충남 부여군 초촌면 응평리 망월산 일대에 탄소 흡수율이 높은 백합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연둣빛 싹을 틔웠다. 이 숲은 2006년까지 소나무 같은 침엽수 등 5217그루가 자라던 곳이다. 산림청은 숲 생태계 다양화를 위해 수종갱신을 했고 탄소 흡수량은 이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부여=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백합나무로 바꾼 뒤 괜히 더 시원해진 느낌이에요. 탄소를 잘 흡수한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13일 충남 부여군 초촌면 응평리 망월산 아래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흥연 씨(66)가 봄잎이 파릇파릇 나고 있는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여기가 다 소나무 숲이었는데 20년쯤 전에 베어내고 백합나무와 상수리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김 씨의 설명처럼 축구장 12개 넓이(7140㎡)의 이 숲은 2006년까지 소나무와 기타 수종 5217그루가 자라던 곳이었다. 산림청은 침엽수 일색인 숲 생태계를 다양화하기 위한 ‘수종갱신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소나무를 베어내고 백합나무와 상수리나무 2만7000그루를 심었다. 두 나무가 이곳 토양에 잘 맞고 목재 활용도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나무들은 탄소 흡수 능력도 뛰어나다.

● 나무만 바꿨는데 탄소 흡수량 2배 이상

19일 산림청에 따르면 1ha(헥타르)에서 자라는 수령 25년 백합나무는 연간 10.8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승용차 약 4.5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성장성이 우수한 개체를 선발, 교배해 만든 개량 백합나무의 경우 수령 35년에 최대 23.9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의 소나무(8.8t)보다 2.7배, 편백(5.9t)보다 4배 높은 수준이다. 망월산 숲을 관리하는 부여국유림관리소 유성민 경영자원팀장은 “백합나무는 ‘탄소 먹는 하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한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과 상쇄를 합쳐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숲의 기여가 절실하다. 전 세계적으로 산림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시와 경작지 개발로 국내 숲의 면적은 차츰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산림 면적은 1990년 647만 ha에서 2000년 642만 ha, 2010년 636만 ha, 2020년 629만 ha로 줄었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만 서울시 면적(605㎢)의 53% 수준인 3만2163ha 산지가 다른 용도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같은 면적 안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탄소를 줄이기 위해 2023년 ‘탄소흡수원 증진 실행계획’을 세우고 흡수율이 낮은 숲을 벌채한 뒤 백합나무 등 탄소 흡수 능력이 높은 나무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목재 생산이나 산불 예방을 중심으로 조림을 했다면, 앞으로는 탄소 흡수 기능도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나무는 수령 30년을 넘어서면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탄소 흡수량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1970년대 조림된 국내 숲 상당수가 고령화된 만큼 다시 조림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정부는 2027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약 1억4000만 t) 가운데 약 21%(3000만 t)를 산림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를 ‘범국민 나무 심기 원년’으로 삼고 총 1만8000ha 면적에 탄소 흡수율이 높은 활엽수 등을 포함해 3600만 그루를 심을 방침이다. 이는 서울 남산(290ha)의 약 6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렇게 조성된 숲을 통해 연간 약 13만 t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목재 1㎥에 약 0.9t 탄소 저장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흡수’만이 아니다. 목재에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나무는 자라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몸통과 가지에 탄소 형태로 저장한다. 이 나무를 목재로 사용하면 나무가 베어진 뒤에도 탄소는 목재 안에 그대로 남는다. 바로 탄소 저장이다.

수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목재 1㎥에는 약 0.9t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 시멘트 등 탄소 저장률이 0인 다른 재료 대신 목재를 사용하면 ㎥당 0.9t의 탄소를 저감한 효과를 갖는 셈이다.

하지만 산림이 60%를 차지하는 산림 국가 한국에서 2024년 기준 목재 자급률은 19.6%. 목재 활용률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산업계 노력만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림 비중이 60%에 이르는 한국은 숲의 탄소 흡수·저장 기능을 고려한 정책을 통해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목조건축 확대와 공공시설의 목재 활용, 지역 기반 목재 산업 육성 등을 통해 목재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이 같은 수요 기반이 조림과 재조림을 유도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여=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부여=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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