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질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예민함 역시 그렇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민함이 단점만 가득한 기질이라면 지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됐을 테다. 그런데 HSP가 여전히 대여섯 명 중 한 명이라는 것은, 그 정도 비율로 HSP가 섞인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뇌부자들’ 유튜브 채널에 들어온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 HSP 특성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A 씨는 예민한 눈썰미 덕분에 벨리댄스를 배울 때 다른 사람들보다 학습이 빠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캐치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무던한 나는 환자분들의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점이 있지만, 유명한 미술관에 가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HSP는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상하지 못한 것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HSP들은 일상적인 자극을 더 크게 느껴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땐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일에도 짜증을 낸 후 자책하기도 하고 대인관계에서 손해를 보기도 한다.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기에 한계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B 씨의 경우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의 소리, 사람들 대화 등 모든 소리에 예민해지고 쉽게 지쳐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샀다. 그는 집에서 세탁기를 돌릴 때도 그 이어폰을 사용한다. 잘 때는 귀마개를 낀다. 그러면서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갔다고 했다.HSP들은 뇌의 거울신경 체계가 더 활성화돼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읽고 더 크게 공감하곤 한다. 예컨대 C 씨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든 남의 집 고양이든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분을 잘 파악한다고 했다. 그래서 펫시터로 일할 때 처음 보는 고양이도 잘 돌봐서 평점이 좋았다.
반면 상대방은 별 생각이 없는데 혼자만의 느낌에 휩쓸릴 때도 있기에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D 씨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너무 예민해 남을 챙기느라 자신의 감정을 신경 쓰지 못하고, 눈치 보며 행동한다고 한다. 또 인간관계가 힘들어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믿을 만한 대상이 있으면 좋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남들보다 쉽게 지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적절히 갖는 것도 중요하다.
타고난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잘 다루는 것은 가능하다. 그와 관련해 한 증언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HSP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삶이 많이 변했어요.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뺏기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둘 찾아냈고, 내 몸을 잘 쉬어 주는 방법을 찾아낸 덕분에 훨씬 여유 있어졌거든요.”※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6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예민함을 가지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 | HSP 고민 상담, 극복기’ (https://www.youtube.com/watch?v=QwijmV-omBE)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