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예민함, 잘 다루면 큰 장점[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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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매우 예민한 사람들, HSP(Highly Sensitive Person)들은 같은 자극에도 감정적으로 크게 반응하거나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이러한 기질은 장애나 질병이 아니라 전 인구의 15∼20%가 갖고 있을 만큼 매우 흔한 특성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이 타고난 기질 자체가 문제이거나 치료의 대상은 아니다.

모든 기질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예민함 역시 그렇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민함이 단점만 가득한 기질이라면 지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됐을 테다. 그런데 HSP가 여전히 대여섯 명 중 한 명이라는 것은, 그 정도 비율로 HSP가 섞인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뇌부자들’ 유튜브 채널에 들어온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 HSP 특성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A 씨는 예민한 눈썰미 덕분에 벨리댄스를 배울 때 다른 사람들보다 학습이 빠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캐치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무던한 나는 환자분들의 감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점이 있지만, 유명한 미술관에 가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HSP는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상하지 못한 것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HSP들은 일상적인 자극을 더 크게 느껴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땐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일에도 짜증을 낸 후 자책하기도 하고 대인관계에서 손해를 보기도 한다.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기에 한계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B 씨의 경우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의 소리, 사람들 대화 등 모든 소리에 예민해지고 쉽게 지쳐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샀다. 그는 집에서 세탁기를 돌릴 때도 그 이어폰을 사용한다. 잘 때는 귀마개를 낀다. 그러면서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갔다고 했다.

HSP들은 뇌의 거울신경 체계가 더 활성화돼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읽고 더 크게 공감하곤 한다. 예컨대 C 씨는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든 남의 집 고양이든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분을 잘 파악한다고 했다. 그래서 펫시터로 일할 때 처음 보는 고양이도 잘 돌봐서 평점이 좋았다.

반면 상대방은 별 생각이 없는데 혼자만의 느낌에 휩쓸릴 때도 있기에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D 씨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너무 예민해 남을 챙기느라 자신의 감정을 신경 쓰지 못하고, 눈치 보며 행동한다고 한다. 또 인간관계가 힘들어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믿을 만한 대상이 있으면 좋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남들보다 쉽게 지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적절히 갖는 것도 중요하다.

타고난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잘 다루는 것은 가능하다. 그와 관련해 한 증언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HSP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삶이 많이 변했어요.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뺏기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둘 찾아냈고, 내 몸을 잘 쉬어 주는 방법을 찾아낸 덕분에 훨씬 여유 있어졌거든요.”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6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예민함을 가지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 | HSP 고민 상담, 극복기’ (https://www.youtube.com/watch?v=QwijmV-o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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