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제임스 네일이 지난 2024년 3월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자신의 스위퍼 그립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물론이죠. 공이 어디 있을까요?”
2024년 3월 27일은 KIA 외국인투수 제임스 네일(32)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롯데 자이언츠(6이닝 9탈삼진 1실점)를 상대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거둔 날이다.
네일은 이날 경기에서도 자신의 주무기인 ‘스위퍼’를 적극 활용해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나가는 네일의 스위퍼는 타자들의 배트를 연신 이끌어냈다.
경기를 마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취재진은 네일에게 ‘혹시 스위퍼 그립을 보여줄 수 있나’라는 질문을 했다. 네일은 “물론이다. 공이 어디 있을까?”라고 하더니 곧바로 주변에 있던 공을 찾아 스위퍼 그립을 보여줬다.
자신의 주무기가 아직 리그에 온전히 드러나기도 전이었지만, 네일은 스위퍼 그립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 전혀 망설임을 보이지 않았다. 손목을 트는 각도, 팔 스윙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1년이 지나 네일은 KBO리그를 스위퍼로 아예 평정한 투수가 됐다. 올해도 6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74를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선발투수 하영민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네일의 투구를 보며 새롭게 변화구를 익힌 타 팀 1군 투수까지 나왔다.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 우완 하영민(30)이다.
하영민은 지난 22일 고척 두산전에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근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낸 최고의 투구였다. 이날 하영민은 각이 평소보다 크게 휘는 변형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숨은 스승은 네일이었다.
하영민은 “슬라이더를 많이 신경 쓰며 던졌다. 영상을 통해 KIA 네일 선수가 스위퍼를 던지는 그립을 봤다. 훈련을 하며 던져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오늘 실전에서 써봤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네일은 평소 KIA 팀 동료들에게도 자기 관리와 루틴 등에 있어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하는 투수다. 주무기인 스위퍼 전파에도 적극적인 모습. 타 팀에서도 그의 기량을 참고하는 투수는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질 전망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