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CEO, 샤오미 만나고 … 애플 팀쿡, 中엔터사 회장과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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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도 … 글로벌 CEO들, 中 찾은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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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분쟁과 기술 경쟁이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23일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대거 참여해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내수 및 소비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잇단 부양책으로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CDF에 참석한 마이클 넬슨 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 향후 5년간 2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는 우려되지만 그래도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안정적인 경기 회복을 자신하며 '트럼프발 관세 폭탄' 예고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동일한 '5% 안팎'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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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국무원 총리는 CDF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중국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정책과 노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기로 한 점도 언급했다. 리 총리는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적 경험은 시장이 활기를 띠어야 경제가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했다.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기술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정도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기업 CEO의 방중을 이끈 요소 중 하나다. 올해 초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한 딥시크가 등장한 이후 중국 첨단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CDF에도 다수의 중국 테크기업 CEO가 참석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 업체 TCL의 리둥성 회장,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의 왕싱싱 창업자,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징셴둥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23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최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최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CDF 참석을 계기로 중국 테크기업과 접점을 넓히려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미국 빅테크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몽 CEO는 전날 중국 스마트폰·전기차 제조사인 샤오미를 방문해 레이쥔 창업자 겸 CEO를 만나 사업 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애플의 팀 쿡 CEO는 자신의 SNS에 전날 중국 엔터테인먼트사인 이신엔터의 양톈전 회장과 함께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징산공원을 산책한 모습을 올렸다. 이를 두고 특정 프로젝트에서 두 회사 간 협력을 예상하는 관측이 나온다. 또 쿡 CEO는 한 전통가옥에서 한국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 유닛 출신 가수 헨리의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미국 정부에 맞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무역 기조가 '각자도생'으로 바뀌면서 주요 시장이자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장기 집권 중인 시진핑 정권과의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한 부분이다. 올리버 칩제 BMW CEO는 전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만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부과 조치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칩제 CEO는 "유럽의 녹색 전환은 중국과 협력 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10월 말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왕 부장은 "일부 국가의 보호주의 방식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은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BMW가 지속적으로 역할을 발휘해 중국과 EU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도출해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미 상원의원은 CDF 참석차 베이징을 찾았다. 트럼프 정부 재출범 이후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회동에 나선 미국 정치인은 그가 처음으로, 미·중 정상회담의 발판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인스 의원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매우 중요한 회담을 주선하고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며 중국 당국자들에게도 미·중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시 주석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중국 측도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두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된다면 관세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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