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연이어 ‘2026년 코스닥 부실기업 신속 퇴출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개편을 예고했다. 부실 좀비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고, 혁신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코스닥 제도 개편을 두고 코스닥 시장 내 상장사에서는 일부 정책에 대해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시가총액 기준 상향 조기화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추가 △공시벌점 기준 강화 등 이른바 ‘4대 상장폐지 요건’을 도입·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당초 50개 내외에서 최대 220개, 전체의 약 13% 수준에 달한다.
이와 관련, 한 코스닥 상장사 A 대표는 시가총액 기준 상향 조기화, 동전주 상장 폐지 요건 신설, 완전자본잠식 요건 강화 등에 대해 “(정책이) 마음에 든다”면서도 공시위반 요건 강화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을 기존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을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중대하고 고의적 공시위반은 한번이라도 위반하면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한다. 또 상장 폐지 심사시 절차도 보다 효율화 한다. 작년 제도 개선을 통해 코스닥 실질심사시 기업에게 부여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올해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A 대표는 △현행 15점에서 10점(약 33% 강화)으로의 기간 단축은 기업 ‘회생 의지’ 꺾는 처사 △거래소 심사 부실 및 행정적 과부하 우려 △기업에 가해지는 심리적·경제적 압박 임계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행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개선기간을 축소하는 것은 단순한 산술적 수정을 넘어, 사실상 기업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표’를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경영 정상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특히 자금 조달이나 구조조정 등의 절차를 감안할 때 6개월의 차이는 기업의 생사(生死)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 위반 요건 강화와 병행되는 이번 조치는 기업들에게 이중·삼중의 규제 족쇄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이 경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상장 유지 절차에만 매몰되게 만들며, 이는 결국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우량 기업들조차 시장 진입을 기피하게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A대표는 속도 조절과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1년 단축 대신, 1심과 2심의 조화를 통해 최소 1.2년(약 14개월) 정도의 완충 지대를 먼저 시범 운영해야 한다”면서 “사안의 중대성이나 개선의 실효성이 확인되는 경우, 거래소의 재량으로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보완책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15점 기준에서 누적 10점으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선 “공시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수단이 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과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12점으로의 단계적 완충 지대를 설정하고,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먼저 검토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3단계 조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1단계(12점 조정)는 소폭 강화된 기준을 우선 적용해 시장의 공시 품질 변화를 모니터링. 2단계(데이터 분석)는 일정 기간 운영 후 발생 빈도와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 3단계(추가 조정 검토)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인 10점 하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A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상장규정은 감사인의 ‘범위제한 한정’이나 ‘의견거절’ 발생 시 예외 없는 즉각적인 매매거래 정지와 상장폐지 절차를 강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소액주주의 자산을 장기간 동결시켜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정상화 의지마저 꺾는 ‘시장 사형선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자산을 묶어두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이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이미 미국(NYSE, NASDAQ)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에도 우선 1년 내외의 개선 기간을 보장하여 투자자의 회수 권리와 기업의 경영 연속성을 동시에 보호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선(先) 개선기간 부여, 후(後) 퇴출 판단’ 체계로의 전환으로 거래 정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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