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전시들이 있다. 넓지 않은 전시장에 작품은 몇 점 되지 않지만 웬만한 블록버스터 전시보다 알차고 가치 높은 전시들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중 두 곳인 리움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한 귀퉁이에서 각각 열리고 있는 전시들이 단적인 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상설전시관 2층 한편에서 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을 열고 있다. 조선시대 인기 미술 장르였던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그림)를 조명하는 전시다. 호작도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린 전통미술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호랑이(더피)와 까치(수지)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이다. 이번 전시도 이런 인기를 감안해 기획했다.
전시장은 넓지 않다. 나와 있는 관련 작품도 일곱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품 각각이 호작도라는 장르를 설명하는 대표작급이다. 1592년 제작된 호작도는 현존하는 한국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조선시대 거장 단원 김홍도의 품격 있는 ‘송하맹호도’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유명 민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19세기 제작된 ‘호작도’는 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의 화풍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피카소 호랑이’라는 별명이 붙은 작품이다. 그림 속 호랑이는 귀를 세우고 산신이 보낸 까치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대표적인 민화 호작도다. 박물관 굿즈숍에는 전시와 관련된 배지와 부채, 일회용 카메라 등 다양한 굿즈가 나와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용산동 아모레퍼시픽미술관 1층의 작은 전시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도 작지만 강한 전시다.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회고전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국내 전시로, 서울에서 열린 전시로는 12년 만이다.
무라카미는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이다. 일본 전통문화와 오타쿠 문화 등을 결합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내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를 상징하는 꽃 관련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나와 있다. 전시 대표작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가 대표적이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Tachiaoi-zu’. 17세기 일본 화가 오가타 고린이 금박 바탕에 붉은색, 분홍색, 흰색의 접시꽃을 그린 ‘국화도 병풍’을 무라카미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금박 회화에 새겨진 해골 무늬가 백미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