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영화의 제왕' 린치의 삶을 읽고 싶다면,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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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방>. 을유문화사 제공

<꿈의 방>. 을유문화사 제공

데이비드 린치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적 상징을 설명하거나 누군가 영화를 통해 그의 생각을 해석하려 드는 것을 꺼렸다. ‘이레이저 헤드’(1977), ‘광란의 사랑’(1990) 같은 걸작들이 그랬듯, 알다시피 린치의 영화는 이해를 요구하기보다 그저 느끼고 경험하고 혼란스러워하길 바란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초현실주의자’로 불렸던 그가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타계 1주년을 맞은 올해 절판됐던 린치의 전기 <꿈의 방>이 세상에 나왔다. 이해와 설명을 거부하는 예술가를 해부하는 시도라니. 여러모로 도발적이다.

책은 린치의 영화를 스크린이 아닌 824쪽 분량의 종이로 옮겨놓은 듯하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 주변인 100여명을 인터뷰해 쓴 전기에 린치가 지난 시간을 솔직하게 풀어놓는 회고록이 교차하는 독특한 구성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에 출연한 나오미 왓츠가 수 차례 반복 촬영해 분노했다는 일화를 전한 촬영 스태프의 증언과 달리 린치는 “자신의 연출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부인한다. 왜곡된 기억 속 관객, 아니 독자가 믿을 것은 린치의 뛰어난 연출 역량과 결과물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이상한 세계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직접 분만실에 들어가 딸이 태어나는 순간을 눈에 담은 이유가 탄생의 환희를 맛보고 싶은 부성애의 발로가 아니라 그저 “순전히 구경하고 싶어 그런 것”이라는 한 마디에서 ‘역시 린치답다’고 느낄 수 있다.

앞표지에는 린치의 어린 시절을, 뒤표지에는 말년의 모습을 배치해 연대기적 서사가 읽히는 책의 디자인이 재밌다. 복간본이지만 린치 재단의 뜻에 따라 초판본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표지에 쓰인 ‘꿈의 방’이라는 글씨는 린치가 생전 한국어판을 위해 직접 손으로 썼다고 한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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