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기립박수 친 'K좀비'…쇼박스, '군체'로 4연타석 홈런

5 days ago 6

영화 <군체>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군체>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가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영화 중 가장 빠른 페이스다. 최근 막 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터진 입소문이 정부의 영화관 할인권으로 부쩍 높아진 극장 수요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흥행 열기를 낳았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에 이어 ‘군체’까지 연달아 흥행 홈런을 때려내는 배급사 쇼박스의 선구안에도 관심에 쏠린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봉한 ‘군체’는 전날까지 201만8637명이 관람했다. 개봉 첫날 19만9759명을 동원해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최단 시간 누적 100만(개봉 4일차), 누적 200만(개봉 5일차) 기록을 갈아치웠다.

“칸 열기 식기 전에…” 빠른 개봉·할인 효과

‘칸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오른 가운데 국내 개봉한 타이밍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체’는 지난 23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폐막하기도 전에 국내 극장에 걸렸다. 지난 16일 프랑스 칸에서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을 마친 연 감독과 전지현(권세정 역), 구교환(서영철 역) 등 주연 배우들이 곧장 귀국해 20일 언론·배급 시사회에 나서는 등 긴박한 일정을 소화했을 정도다. 칸 초청작들이 통상 수개월 뒤 개봉하는 것과 달리 상업·대중성 측면에서 즉각적인 대중 반응이 중요한 ‘군체’는 영화제의 권위가 유효한 시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의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의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상반기 극장가를 이끌 화제작으로 거론됐던 ‘군체’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함께 칸 상영 이후 대중적 관심도가 커졌다. 호러·공상과학(SF)·스릴러 등 대중적 쾌감을 앞세운 장르영화를 조명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는데,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 직후 5분여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칸이 선택한 영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군체’는 칸 영화제 초청 여부와는 별개로 5월 개봉을 예정해 왔다”면서도 “아무래도 최근 극장 관람 트렌드가 개봉 직후보단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관객들이 몰리는 분위기인데, 칸 화제성으로 관객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체’의 흥행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 13일부터 배포 중인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효과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재원 271억원으로 확보한 450만 장 중 225만장을 1차 배포했는데, 석가탄신일 연휴와 겹치며 극장 관람 수요가 증가세다. CGV 관계자는 “CGV가 배정받은 물량의 50% 이상이 소진됐다”며 “가족 단위 등 영화 관람 발길이 늘었다”고 밝혔다. ‘군체’의 경우 지난 주말부터 전날 석가탄신일 대체휴일까지 사흘간 157만 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K좀비는 다르다”…슬며시 웃는 쇼박스

‘군체’의 흥행에는 스토리텔링 등 작품성도 한몫한다. 전형적 서사, 아쉬운 연기력 등 혹평도 적지 않지만 ‘부산행’과 ‘반도’로 K좀비 장르를 만든 연 감독이 한층 진보된 좀비물을 들고나왔단 점에서다. 단순히 떼로 몰려드는 존재에 그쳤던 기존 좀비와 달리,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설정을 내세웠다. 수많은 데이터 학습으로 인간을 초월해 나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은유로도 읽히는 만큼, 설정이 신선하다는 평가다. 연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애초에 좀비의 탄생 자체가 잠재적 공포의 형상화”라며 “장르 영화에서 좀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 <군체>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군체>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군체’의 흥행으로 업계에선 배급사인 쇼박스의 달라진 선구안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편을 배급해 관객 수 192만 명(연간 배급 점유율 1.8%)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던 쇼박스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쇼박스는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선보인 김도영 감독의 ‘만약의 우리’가 26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110만 명)을 가뿐히 넘긴 데 이어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1688만 명이 관람해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또 이상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살목지’가 손익분기점(80만)의 네 배인 323만 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627억 원에 그치고,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쇼박스는 올해 1분기에만 연결기준 788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21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1분기에 배급한 세 편으로 1822만 명을 동원해 57.2%의 배급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반기 김윤석,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폭설’을 개봉하는 가운데 지난 1월 영화 ‘원조마약떡집’(가제) 투·제작 계약을 맺으면서 차기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 국면에서 콘텐츠 선구안으로 내는 성과가 긍정적”이라며 “투자 여력도 커진 만큼 공격적인 콘텐츠 배급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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