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감소 등 압박에
카드론 늘리자 건전성 빨간불
장기연체액 1년새 80% 급증
당국 "총량 관리해야" 통보
서민들의 대표적 급전 마련 수단 중 하나인 카드론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맹점 수수료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장기 연체 등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카드사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환대출에 가려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연체까지 감안하면 카드사의 실제 부실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8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 카드론의 6개월 이상 연체액은 4708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 속도도 갈수록 가팔라지는 추세다. 2021년까지만 해도 6개월 이상 연체액 증가율은 9.4%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지만, 이후 연간 증가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0%를 웃도는 급증세를 기록했다.
단기 연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3개월 연체액은 지난해 1조7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연체보다 장기 연체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대해 카드업권 관계자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인한 연체보다 상환능력 자체가 약화되면서 카드론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업권 연체액 확대는 카드론 증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간편결제 확산에 따른 신용 판매 둔화로 본업 수익성이 떨어지자 카드론을 핵심 수익원으로 키워왔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카드론 확대 과정에서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 유입이 늘어나면서 자산 건전성도 악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카드 대출로 수요가 이동했고,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 비중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카드사들이 부실채권 매각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장기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 심각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2021년 2230억원에서 2023년 5848억원, 2024년 6320억원, 2025년 7291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 사이 부실채권 매각을 두 배 이상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연체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환대출까지 감안하면 실제 리스크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연체 차주에게 대환대출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과정에서 상환돼야 할 연체가 통계에서 빠지게 되는 '착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대환이 누적될 경우 향후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연체율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잠재 부실 규모는 더 커진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건전성은 드러난 것보다 더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대출을 조여나가기로 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각 카드사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1.5%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통보했다. 금융위원회가 전 금융권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카드사들은 이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지난해 카드사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3~5% 수준이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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