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 수법이 고도화·지능화하고 있다. 범죄 조직은 카드 배송원이나 집배원을 사칭한 전화를 거는 데 그치지 않고 실물 카드를 우편함에 넣거나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도 범행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수법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명의도용 피해’를 바로잡으려다 평생 일군 재산은 물론 대출금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털리고 있다.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7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말에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연간 피해액은 8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3년(4472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연간 피해액은 1년 만에 77%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피해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장년·고령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절반가량은 50대 이상으로 조사됐다.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2023년 32.1%에서 지난해 47.6%로 늘어난 반면, 20대 이하는 47%에서 26.4%로 줄었다. 그동안 청년층을 속이는 데 집중했던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보유 재산이 많은 장년·고령층에 대한 범행을 시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특히 범죄 조직은 60대 여성을 주로 노리고 있다. 60대 여성은 범행 수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심리적 압박에 민감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1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에 당한 60대 여성은 1095명으로, 2023년(308명·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보이스피싱 희생양이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선 범행 시나리오에 걸려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는 연락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규 발급을 신청한 적 없는 카드가 발급·배송된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112로 신고하면 된다. 카드 배송원을 사칭하는 범죄의 경우 ‘명의도용 피해가 우려된다’며 피해자에게 가짜 카드회사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는데, 여기로 연락하면 범죄 조직의 1순위 표적이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조직은 각종 대출까지 받게 해 피해금을 빼앗는다.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서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