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만성화 막기 위해선
일조량 급변 환절기에 더 심해져…약물 치료, 의존성-내성 부담 커
각성 유지 신경전달물질 ‘오렉신’… 억제하면 각성 낮추고 수면 유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수면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철에는 총 수면 시간이 늘어나지만 봄철에는 낮이 길어지면서 기상 시간이 앞당겨지고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환절기에 수면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새 학기 시작, 인사이동, 업무 환경 변화 등 생활 방식 변화까지 겹치면 기존 수면 리듬이 무너지고 불면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환절기는 단순한 기후의 변화가 아니라 생리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불면증 반복되면 만성화… 조기 치료 중요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수면의 질 저하와 함께 주간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대표적인 수면 장애다.최근에는 불면증을 ‘잠이 안 오는 병’이 아니라 수면 시간에도 뇌와 몸의 각성 상태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과각성의 병’으로 보는 관점이 강조된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밤이 되면 각성 시스템이 낮아지고 수면 시스템이 우세해져야 하지만 불면증 환자에게서는 이 전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주 깨며, 다시 잠들기 어렵고, 얕은 수면이 지속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환자들이 “졸린데 잠이 안 온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뿐 아니라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판단력 감소로 이어지고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짜증·불안·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업무 효율 저하, 학습 능력 감소, 대인 관계 문제로까지 확산하며 삶의 질 전반을 떨어뜨린다.
최재원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각성이 잘 올라가는 소인이 있는 사람이 스트레스와 같은 촉발 요인을 만나 급성 불면이 시작되고 이후 낮잠, 오래 누워 있기, ‘오늘은 꼭 자야 한다’는 압박, 침대에서 오래 뒤척이기 같은 유지 요인이 더해지면 침대와 밤 자체가 긴장을 유발하는 조건 자극이 된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역시 과각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과도한 각성 낮추고 부작용 줄여… 오렉신 표적 치료 주목현재 불면증 치료는 크게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뉜다.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권고되는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통제를 줄이고 생리적·인지적 각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규칙적인 생활 습관 유지가 필요하고 상담 치료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 접근성 제한 등으로 인해 꾸준한 실천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약물 치료는 비교적 빠르게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다음 날까지 졸림이 남거나 집중력 저하, 머리가 멍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 시 의존성이나 내성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기존 수면제의 경우 뇌 활동을 전반적으로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오렉신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오렉신은 뇌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를 억제하면 과도한 각성을 낮추고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 기존 치료가 중추신경을 억제해 ‘잠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접근은 수면-각성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에서는 수면 시작 시각 단축과 야간 각성 감소 등 전반적인 수면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다음 날 잔여 졸림 등 부작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최 교수는 “환절기 불면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기보다 관리가 필요한 건강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증상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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