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삼도주(三道酒)란 술을 마신다. 이 술은 사람 사는 마을에는 없는 곳이 없다. 역시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이다. 그런데 삼도주란 이름은 어디서 왔는가? 공자가 애써 가꾸신 쌀과 노자가 손수 만든 누룩으로 석가모니가 길러 오신 샘물로 빚은 술인 까닭이다. 컬컬한 막걸리지만 청신한 맛이 천하일품이다. 나는 반사십에 삼도주를 배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도(酒度) 18단’을 설파한 술꾼이었다. 그는 술을 안 먹는 ‘부주(不酒)’부터 술로 세상을 떠나게 된 ‘폐주(廢酒)’에 이르기까지, 마치 바둑처럼 술꾼에게 급수를 매겼다. 그런 시인이 특히 사랑한건 삼도주. 막걸리다.
치킨 기업이 막걸리라니. 뜬금없다 생각할 수 있으나, 교촌이 영양 양조장을 품은 덴 이유가 있다. 특히 권원강 회장의 뜻이 컸다. 그는 허니 시리즈, 레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교촌치킨의 핵심이 소스에 있다고 봤다. 고추장, 간장 등 한식과도 연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이 지금의 레시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 권 회장은 우연히 영양 지역에서 떠먹는 형태의 술, ‘감향주(甘香酒)’를 접했다. 350여 년 전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음식지미방)’에 등장하는 탁주였다. 장류와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인 전통탁주를 발견한 권 회장의 눈에 영양 양조장이 들어온 것이다.
2022년 ‘발효공방1991’이라는 새 이름으로 문을 연 양조장은 전통계승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13대 종부 조귀분 명사로부터 감향주 양조법을 전수받아 대표 제품 ‘은하수 막걸리’를 선보였다. 육안으로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맑은 ‘별천지 영양’을 제품 이름에 담은 셈이다.
발효실에선 익힌 쌀에 전통 누룩을 입혀 술로 변화되는 과정이 이뤄진다. 이후 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해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체별’ 작업을 한다. 찌꺼기를 걸러낸 술은 10도 정도로 2~3일간 숙성해 제성(물을 타는 작업) 작업을 거친 후 막걸리 병에 넣어 냉장 숙성시킨다.
이렇게 생산된 은하수 막걸리는 매달 5000병뿐이다. 양조장이 협소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한정 수량만 만들고 있다. 현재는 고형분이 적어 텁텁하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푸른밤 6도’와 원재료 함량이 높아 짙고 걸쭉한 ‘깊은밤 8도’ 등 두 가지 종류로 생산된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교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과 여의도에 있는 메밀요리 브랜드 ‘메밀단편’, 서울 광장시장의 ‘박가네 빈대떡’ 매장에서 판매 중이며, 최근에는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와 온라인 채널로 판로를 넓혔다.
발효공방1991에선 권 회장이 반한 감향주와 함께 소스를 위한 장류도 생산된다. 특히 장류는 구들방 아랫목의 따스한 온기와 사람 사는 맛이 밴 전통 장류라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구들’로 정했다. ‘구들고추장’, ‘구들된장’을 생산하고 있으나,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이유로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촌과 영양군은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상생에 더욱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내 완공이 목표인 복합 플랫폼은 약 1510평(4983㎡) 면적에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단순히 양조장 시설을 넘어 관광지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전통주 생산량도 연간 40만ℓ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장류 역시 연 35t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역 농산물 구매액도 13억5000만 원 규모로 대폭 늘어난다.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우선 도급직 포함 31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며, 2028년까지 발효 플랫폼 연계 생활 인구가 누적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멋, 삼도주’(신태양(1958)) 조지훈(趙芝薰 1920~1968)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주도(酒度) 18단’을 설파한 술꾼이었다. 그는 술을 안 먹는 ‘부주(不酒)’부터 술로 세상을 떠나게 된 ‘폐주(廢酒)’에 이르기까지, 마치 바둑처럼 술꾼에게 급수를 매겼다. 그런 시인이 특히 사랑한건 삼도주. 막걸리다.
시인은 1920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영양에선 시인이 태어나기 전인 1910년대부터 주세법에 따라 허가받은 탁주가 생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1926년 경북과 전국 처음으로 영양주조주식회사가 설립됐다.
하지만 호황을 누렸던 영양 양조장도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피할 순 없었다. 2000년 탁주 공급구역을 제한하던 제도까지 폐지되면서 경쟁이 가속화,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영양 양조장은 2017년 영업을 중지하고 이듬해 폐업했다.100년 역사를 잇게 된 건 다름 아닌 치킨 기업 교촌에프앤비 덕분. 교촌은 지난 2019년 영양군과 ‘영양을 빚은 양조장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리모델링한 양조장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관광‧체험의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치킨 기업이 막걸리라니. 뜬금없다 생각할 수 있으나, 교촌이 영양 양조장을 품은 덴 이유가 있다. 특히 권원강 회장의 뜻이 컸다. 그는 허니 시리즈, 레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교촌치킨의 핵심이 소스에 있다고 봤다. 고추장, 간장 등 한식과도 연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이 지금의 레시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 권 회장은 우연히 영양 지역에서 떠먹는 형태의 술, ‘감향주(甘香酒)’를 접했다. 350여 년 전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음식지미방)’에 등장하는 탁주였다. 장류와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인 전통탁주를 발견한 권 회장의 눈에 영양 양조장이 들어온 것이다.
2022년 ‘발효공방1991’이라는 새 이름으로 문을 연 양조장은 전통계승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13대 종부 조귀분 명사로부터 감향주 양조법을 전수받아 대표 제품 ‘은하수 막걸리’를 선보였다. 육안으로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맑은 ‘별천지 영양’을 제품 이름에 담은 셈이다.
발효공방1991의 양조장은 △담금실 △발효실 △병입실 세 곳으로 나눠져 있다. 양조 과정은 총 네 가지다. 우선 담금실에선 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증자’ 작업이 이뤄진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척한 후 쌀을 불리는 ‘침미’ 작업을 거친다.
발효실에선 익힌 쌀에 전통 누룩을 입혀 술로 변화되는 과정이 이뤄진다. 이후 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해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체별’ 작업을 한다. 찌꺼기를 걸러낸 술은 10도 정도로 2~3일간 숙성해 제성(물을 타는 작업) 작업을 거친 후 막걸리 병에 넣어 냉장 숙성시킨다.
이렇게 생산된 은하수 막걸리는 매달 5000병뿐이다. 양조장이 협소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한정 수량만 만들고 있다. 현재는 고형분이 적어 텁텁하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푸른밤 6도’와 원재료 함량이 높아 짙고 걸쭉한 ‘깊은밤 8도’ 등 두 가지 종류로 생산된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교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과 여의도에 있는 메밀요리 브랜드 ‘메밀단편’, 서울 광장시장의 ‘박가네 빈대떡’ 매장에서 판매 중이며, 최근에는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와 온라인 채널로 판로를 넓혔다.
발효공방1991에선 권 회장이 반한 감향주와 함께 소스를 위한 장류도 생산된다. 특히 장류는 구들방 아랫목의 따스한 온기와 사람 사는 맛이 밴 전통 장류라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구들’로 정했다. ‘구들고추장’, ‘구들된장’을 생산하고 있으나,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이유로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발효공방1991은 지역상생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곳에선 영양산 재료들만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막걸리 양조에 필요한 쌀부터 고추와 콩 모두 영양산을 사용한다. 다만 영양에선 나지 않는 소금의 경우 품질이 우수한 전남 신안의 임자도 천일염으로 쓰고 있다.
교촌과 영양군은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상생에 더욱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내 완공이 목표인 복합 플랫폼은 약 1510평(4983㎡) 면적에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단순히 양조장 시설을 넘어 관광지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전통주 생산량도 연간 40만ℓ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장류 역시 연 35t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역 농산물 구매액도 13억5000만 원 규모로 대폭 늘어난다.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우선 도급직 포함 31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며, 2028년까지 발효 플랫폼 연계 생활 인구가 누적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양(경북)=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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