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그들만의 리그' 된 부산교육감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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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그들만의 리그' 된 부산교육감 재선거

‘종북좌파 이념 교육의 선봉장’과 ‘극우 세력의 대변자’.

지난 2일 실시된 부산교육감 재선거에서 진보 진영 김석준 후보와 보수 진영 정승윤 후보는 상대방에게 이처럼 원색적인 색깔론을 펴는 데 급급했다. 부산 시민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 결과는 투표율 22.8%. 역대 교육감 재보궐 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김석준 당선인은 65만4295표 중 33만3084표(51.13%)를 얻어 당선됐다.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287만324명을 기준으로 하면 11.6%에 불과하다. 교육감 직선제의 한계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2006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는 비리와 담합 논란이 많았던 간선제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학령기 자녀가 없는 유권자의 관심이 저조한 데다 매번 교육 정책 논의보다 보수·진보 진영 간 대결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정 후보는 ‘윤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캠프 출정식은 탄핵 반대 집회를 방불케 했다. 다른 후보들도 교육 철학이나 정책을 강조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력을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보통 교육감 선거는 공휴일인 전국 단위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데, 평일에 단독으로 실시된 이번 재선거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지만 들어간 비용은 막대하다. 이번 재선거 사무 비용으로 시교육청이 부담한 금액만 21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후보자 출마 보전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당 지원 없이 후보자 개인이 선거 비용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여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교육감 직선제 시행 이후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교육감만 13명이다. 이 중 7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낮은 투표율에 비해 교육감이 짊어져야 할 권한과 책임도 크다. 부산교육감은 학생 약 33만 명과 교사 2만여 명을 관할하고 연간 5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다.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교육감을 시·도지사 러닝메이트나 시·도지사 임명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교육감 직선제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회에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다.

그럼에도 직선제를 폐지하면 교육 자치를 훼손한다는 야당 측 반발로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시민 10명 중 2명만 투표하는 선거가 과연 ‘교육 자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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