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로만 정교하게 가도 이루기 어려운 게 ‘5000피’(코스피지수 5000)입니다. 그런데 자꾸 갈지자를 그리니 투자자들이 믿겠습니까. 정부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까 걱정입니다.”
이달 초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얘기였다. 이런 우려는 점점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증시 활성화 정책 기대 등으로 지난달까지 약 20% 급등한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3.55% 하락했다. 세계적 현상인 ‘8월 약세설’을 이유로 들기엔 궁색하다. 미국 S&P500지수 역시 과거 35년간 8월에 약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14% 뛰고 있다. 아시아권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한국만 유독 약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증시를 밀어 올렸던 정책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증시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 것처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주사, 금융사 등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있는 종목을 눈여겨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나온 정책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은 35%로 귀결될 전망이다. 여전히 양도소득세 최고세율(27.5%)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꼽혀온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자본시장 분석이다. 상장사의 실질적 대주주나 오너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가를 계속 눌러 둘 유인이 여전해서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얼마나 강화할지에 대해서도 최종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증시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 물론이다.
일관성이 부족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한쪽에선 코스피 5000을 이루겠다면서, 다른 쪽에선 기업 발목을 잡는 노란봉투법 등 각종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주주환원책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키워주지 못하는 정부가 앞으로 어떤 걸 지렛대로 삼아 증시를 활성화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다 다시 방향만 잘 잡으면 괜찮은 걸까. 전혀 아니라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논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면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다 결국 ‘역시 국장(국내 증시)은 안 된다’는 포기와 체념이 확산할까 걱정된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여당이 일관성 있는 정책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