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전면 쇄신 요구에 직면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물러났지만, 축구계 안팎에선 “두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장을 뽑는 선거 제도부터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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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퇴를 예고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
협회장 선거인단 늘려 ‘축구계 여론’ 경청해야
최대 쟁점은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다. 한국 축구가 바뀌려면 협회장부터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축구협회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 기술위원회 구성, 유소년 정책, 심판 행정, 예산 집행 등 한국 축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구조 개혁의 방향이 달라진다.
문제는 현행 선거 제도가 개혁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전체 축구인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가 아니다. 300명이 안 되는 선거인단이 회장을 뽑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등록 축구인이 10만 명을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축구계 전체 여론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행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뽑을 경우 ‘제 2의 정몽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기존 대의원 중심 구조와 축구계 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면 비슷한 인물이 다시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32강 좌초 이후 거세진 개혁 요구가 선거 국면을 지나며 ‘공염불’(空念佛)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세지는 직선제 요구…정관 등 현실적 제약
축구계 안팎에선 직선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협회장 선거권을 △등록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축구계 구성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소수 선거인단 중심의 간접 선거가 아니라 관련 체육인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지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선거인단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직선제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다. 회장 선거 방식은 대한체육회 관련 규정과 맞물려 있다. 축구협회가 독자적으로 정관을 고쳐 전면 직선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선거권자를 늘릴 경우 선거 비용, 투표소 운영, 선거 관리 인력, 온라인 투표 가능 여부 등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상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 부족이다. 현행 규정상 회장이 사퇴하면 60일 이내 후임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정 회장이 월드컵 이후 물러나면 새 선거제도를 설계하고 정관을 고쳐 적용하기에는 빠듯한 일정이다. 이 때문에 결국 기존 선거 제도대로 회장을 뽑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혁의 첫 단추인 회장 선거가 기존 방식으로 치러진다면, 이후 인적 쇄신과 제도 개혁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신문선 명지대 초빙 교수는 “정몽규 회장이 물러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선거 방식이라면 다시 기존 세력이 지지하는 인물이 회장에 등극할 것”이라며 “특정 인맥이나 기득권 세력이 선거를 좌우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협 입맛대로 대표팀 감독 선임 더는 안돼
대표팀 사령탑 선임도 갈 길이 멀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먼저 새 회장을 선출하고, 새 집행부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감독 선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회장 선거와 협회 개편이 지연되면서 감독 선임도 밀리는 분위기다. 당장 9~10월 A매치,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A매치와 아시안컵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축구계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축구협회 입맛대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사령탑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정몽규 협회장, 홍명보 감독의 퇴진으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회장 선거 제도, 기술위원회 운영, 감독 선임 절차, 협회 의사결정 구조가 모두 맞물려 있다. 사람은 떠났지만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개혁 요구는 다시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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