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그는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4강으로 이끌었다. 젊은 시절처럼 많이 뛰지 않는데도 오히려 더 위협적인 선수가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선수단에 통산 여섯 번째 이름을 올린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움직인 거리의 47%를 걸어서 소화했다. 아르헨티나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90분당 평균 이동 거리는 8.2km로 가장 짧았고, 경기당 평균 급가속 횟수도 2.7회에 그쳤다. 4년 전 기록한 5.3회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존재감은 오히려 커졌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했고 33개의 슈팅과 21개의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는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14일(현지시간) BBC 스포츠는 이러한 메시의 변화를 분석하며 지금의 메시를 만든 세 번의 전환점을 소개했다.
● 과르디올라의 실험…‘가짜 9번’ 메시를 만들다
상대 센터백들은 메시를 따라 올라가면 뒷공간을 내줬고, 자리를 지키면 공간을 내줬다. 어느 쪽을 골라도 메시를 이겨내긴 역부족이었던 것. 결국 경기는 6-2로 끝났다.
이 경험은 메시 축구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이후 공간 활용과 경기 운영 능력을 극대화하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라리가 69경기에서 96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2024년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와 함께하며 공간과 볼 소유, 그리고 경기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 사비-이니에스타의 빈 자리…메시는 변해야 했다
그 결과 메시는 더 깊은 위치로 내려와 경기를 조율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른바 ‘엔간체(Enganche)’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공격을 시작하고 기회를 만들며 직접 마무리까지 하는 하이브리드형 선수로 변신한 것이다.
이 변화는 기록으로도 나타났다. 메시는 2019~20시즌 라리가 33경기 21도움 25골, 파리 생제르맹 이적 첫 시즌 34경기 11골 14도움을 기록하며 골과 도움을 모두 잡는 ‘하이브리드형 선수’로 진화했다.
● “침묵하던 주장”에서 “항의하는 리더”로
메시는 2011년 대표팀 주장을 맡은 뒤 2014년 월드컵, 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까지 3년 연속 결승에서 패했다. 그때마다 그는 말을 아끼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016년엔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했다.
이랬던 메시가 2019년 돌연 태도를 바꿨다.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에서 개최국 브라질에 탈락하자 판정에 항의하며 “부패한 대회”라고 남미축구연맹(CONMEBOL)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BBC는 이를 메시 리더십 변화의 시작점으로 평가했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기 시작한 메시는 대표팀 내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고, 아르헨티나는 이후 2021년 코파 아메리카와 2022년 월드컵 우승을 차례로 차지했다.
이 세 번의 변신을 거치며 메시는 몸이 아니라 머리로 뛰는 법을 익혔다. 그 결과가 지금의 ‘47% 걷기’다.
BBC 스포츠는 “한때는 메시를 향한 비판의 근거였던 ‘걷기’가 지금은 노련함의 증거가 됐다”라며 “메시는 경기를 읽으며 정말 중요한 순간을 위해 힘을 아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는 15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4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전 승리로 1962년 이후 첫 대회 연속 우승 도전이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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