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하이닉스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

10 hours ago 2

CES 간담회서 HBM 자신감 피력
“젠슨 황과 피지컬 AI 협력 논의… 맞춤형 AI 전략화 위한 지원 필요”
SK부스 유리기판 들어보이며… “방금 팔고 왔다” 발언에 주가 급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를 찾아 SK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를 찾아 SK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빠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엔비디아보다 개발 속도가 뒤처져 상대편(엔비디아)이 더 빨리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제는 역전됐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개발사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요구되는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AI 반도체 협력 초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못 따라가 개발 속도를 맞추기 급급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최대 HBM 협력업체다.

최 회장은 이날 황 CEO와 만나 AI 및 반도체 관련 다양한 협력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황 CEO가 CES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피지컬(물리) AI’와 관련해서는 “함께 의견을 나누며 한국이 제조업에 강점이 있으니 ‘같이 하면 좋겠다’ 정도로 논의했다”며 “이번 CES도 피지컬 AI 등 우리 주변 기기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황 CEO는 6일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로봇, 자율주행 등 실체가 있는 ‘피지컬 AI’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개발하는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한국의 AI 산업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 다른 쪽에 의존하면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전선에서 변화를 이끌지, 따라갈지에 따라 경제적 부침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어떤 형태로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해야 한다. 제조업 관련 AI라든지, 로봇 관련 AI라든지 특정 분야를 전략화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I란 실제 기능을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최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처럼 AI의 근간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API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SK 및 삼성 부스를 찾아 관람했다. 최 회장은 부스 내 전시된 SKC의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부품으로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보다 미세 공정을 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의 발언 영향으로 이날 SKC 주가는 장중 20%까지 뛰었다.

삼성 부스에 들렀을 때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지털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직접 안내했다. 한 부회장이 “올해 갤럭시 S25는 기존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AI폰”이라고 하자 최 회장은 “또 바꿔야겠네”라고 말해 현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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