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엔 인재의 정의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특정 분야 지식만 깊게 쌓은 인재보다 인간과 AI를 함께 활용하고 여러 영역을 연결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방송된 KBS1TV '다큐 인사이트-인재전쟁2: 최태원의 대답'에 출연해 "AI 시대에는 인재의 정의가 달라질 것"이라며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사업을 함께 하면서 갖게 된 관점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인간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리즈닝 AI' 시대를 지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봤다. 그는 "이 시기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능력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역시 AI를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면 인간 사이의 지식과 생산 능력 격차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특정 인물 2명의 능력치가 각각 10과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10배 차이가 나지만 AGI 시대엔 모두에게 1000 수준에 버금가는 능력이 더해진다는 것. 이에 따라 두 사람 간 능력도 1010과 1100으로 상대적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미래에는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보다 인간과 AI를 어떻게 함께 활용하고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특정 분야만 깊게 아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스템·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형 인재가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무 환경 변화도 예고했다. 최 회장은 AI가 업무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되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잡'이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기존의 '9 to 6' 중심 근무 방식과 정형화된 직업 개념도 점차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 개인이 길러야 할 역량으로는 '4가지 근육'을 제시했다.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이다.
최 회장은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훈련은 이제 AI로 대체된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적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적응력과 회복력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AI의 공감 능력은 상당히 제한된다"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음악·미술·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가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위로할 수 있다"며 바디 스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교육 시스템 변화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경쟁력 있는 'AI 국가'로 도약하려면 속도(Speed)·규모(Scale)·안전(Safety)을 뜻하는 '3S'가 필요하다고 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대규모 AI 인프라와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민이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AI 공장, 모두를 위한 AI, AI 시티 구상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AI for All' 비전을 언급하면서 국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구상도 제시했다. 교육·행정·헬스케어 등 일상 전반에서 생활 밀착형 에이전트 AI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City'란 새로운 기술·제도를 먼저 실험할 수 있는 도시형 샌드박스 개념도 강조했다.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는 대신 전문가에게 자율성을 주고 산업·교육·행정 시스템에 AI를 적용해보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현장 관객들과의 문답에선 "의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틀렸다기보다는 공대와 과학기술 분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 회장은 "미래에는 하나의 직업이나 스킬만으로 평생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전인적(全人的)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인재는 단순히 공대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 세대가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 시스템 역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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