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 반짝 유행에 그쳤던 젤리슈즈 시장이 올해는 제대로 커졌다.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출근 등 일상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진 데다가 참 장식 등을 활용한 '꾸미기' 문화가 확산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처럼 시장이 성장하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부터 여성복 브랜드까지 앞다퉈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상 신발로 진화한 젤리슈즈…거래액 6배 '쑥'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젤리슈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지난달 젤리슈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패션 플랫폼 29CM의 젤리슈즈 거래액은 243%, 에이블리에서도 관련 거래액이 580%나 뛰었다.
젤리슈즈는 폴리염화비닐(PVC)이나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등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신발을 말한다. 1980~1990년대생에게는 어린 시절 동네 신발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투명한 그물망 형태의 신발로 알려진 아이템이기도 하다.
한동안 '추억의 신발'로 여겨졌던 젤리슈즈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것은 2020년대 들어 더 로우, 끌로에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관련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게 컸다. 이후 기존의 그물 형태 샌들뿐 아니라 피셔맨, 플립플롭, 뮬 등 다양한 디자인이 출시되면서 트렌드가 대중적으로 확산했다.
제품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활용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장마철이나 휴가지에서만 신는 신발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출근룩이나 데이트룩 등 일상 전반에서 착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슬랙스나 청바지, 새틴 소재 치마 등 기본적 패션 아이템과 매치하면 단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스타일에 포인트를 줄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투명한 소재의 특성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가죽이나 천 소재에 비해 은은하고 청량한 색감을 구현하기 쉬워 여름철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는 설명. 신발 구멍 사이에 참 장식을 달아 꾸미거나 페디큐어, 발찌 등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개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리면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포츠부터 여성복까지…브랜드 경쟁도 본격화
패션업계도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며 수요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젤리슈즈를 주력으로 선보이지 않았던 스포츠 브랜드나 여성복 브랜드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5월 PVC 소재를 적용한 '나이키 에어 리주버네이트 젤리'를 선보였다. 이 신발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선수들의 피로 회복을 돕기 위해 출시했던 에어 리주버네이트를 재해석한 모델이다. 탈부착할 수 있는 안감을 적용해 발이 노출되는 방식과 가려지는 방식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점이 특징이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 역시 지난 5월 대표 제품인 스피드캣에 해당 트렌드를 접목한 '스피드캣 발렛 젤리 우먼스'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관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오찌는 지난 5월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젤리슈즈를 출시했다. 발 노출을 줄인 촘촘한 격자무늬 디자인과 푹신한 깔창을 적용해 착용감을 높인 게 특징이다. 오찌에 따르면 지난 1~7일 해당 제품의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구호도 지난 4월 브랜드 최초의 젤리슈즈인 '젤리 메리제인'을 내놨다. 해당 제품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소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리버치 역시 지난해 처음 젤리슈즈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수요 증가를 반영해 공급 물량을 확대했다.
업계는 시장이 커진 만큼 브랜드 간 차별화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젤리슈즈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착용감도 개선되면서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양한 브랜드가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디자인과 소재, 착용감 등을 차별화하려는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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