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선후보 강제교체'…파국으로 치닫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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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 단일화 협상 결렬에 당 지도부 후보 교체 강행
김문수 측 후보 교체 무효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
당 안팎 "강제 단일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 질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6·3 대선을 불과 24일 앞둔 10일 대선 후보를 전격 교체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초유의 사태다.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취소한 대신 한덕수 예비후보를 새로운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숨가쁘게 돌아간 24시간

법원이 김문수 후보가 낸 ‘전당대회 등 개최 금지’, 김 후보 지지자들이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9일 모두 기각하자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주장해온 ‘후보 재선출 로드맵’을 곧바로 가동했다. 대선 후보 교체를 염두에 둔 채 이날 오후 8시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후보 교체 의결을 추진하기 앞서 최종 담판 격으로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을 동시 추진했다.

첫 협상은 역선탱 방지 조항 도입에 대한 이견 탓에 23분 만에 중단됐다.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이 앞서 추진한 경선 룰대로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고, 김 후보 측은 ‘국민 여론조사 100%’와 ‘역선택 방지 조항 배제’를 관철했다. 최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무당층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면 한 후보가 김 후보에 비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0시 30분 협상이 재개됐으나 1차와 마찬가지로 투표 방식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약 40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위한 최종 담판이 어그러졌다 보고 10일 0시가 된 기점부터 본격적인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0시 심야회의를 열어 한 후보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 여론을 물었다.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64명 중 60명의 찬성으로 후보 재선출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했고, 당 선관위도 후보 교체 절차를 의결했다. 당 지도부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비대위 의결 등으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당헌 규정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40분경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함께 김 후보의 후보직 박탈이 공지됐고 이어 새로운 후보자 등록 신청이 공고됐다. 신청 기간은 오전 3시부터 4시까지로 1시간에 불과했다. 그 사이 한덕수 후보는 3시 20분께 입당한 뒤 유일한 대선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김 후보가 제기한 가처분이 기각된 지 24시간도 채 안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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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교체 무효소송 나설까

국민의힘은 이날 중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후보를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지명하는 데 동의하는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 찬성을 거쳐 통과되는대로 오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과반의 동의를 얻고 후보 재선출 절차를 공식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양수 당 사무총장은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전국위에서 의결을 하면 전당대회 효과를 거게 된다”면서 “당원들의 견해를 반영했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중에 법정에서 문제가 없게 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 후보 측은 당의 결정과 무관하게 10일 오전 후보 등록을 마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불복이 예상된다. 후보 교체 무효 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캠프 일각에선 당 지도부를 상대로 직권남용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단일화 협상에 참여한 김재원 비서실장은 최종 실무협상 결렬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서 후보 재선출 건이 의결되는) 행위 자체가 명백히 불법적 행위고 명백히 잘못된 행위인데 누가 인정하겠느냐”며 “후보 등록 마감일(11일) 전 법원의 결정이 나오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간밤 '김문수→한덕수' 초유의 후보 강제교체…파국으로 치닫는 국민의힘

강제 단일화 역풍 시각도

강제 단일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 계정에에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77만 책임 당원이 여러 단계로 참여한 경선을 무효화해 무리하게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당원도 아닌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며 “선출되지도 않은 비대위에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의로 경선에 참여 안한 다음 무임승차 새치기하겠다는 한덕수 후보와 친윤의 행태는 대단히 잘못됐고, 우리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 역시 “명백히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는 “당의 전격적인 후보 교체는 그동안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 그리고 국민들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 듯한 당을 보니 참으로 답답하고 쓸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 초선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선출되지도 않은 비대위가 선출된 후보를 무력화하겠다는 게 민주적 절차인가. 이것이 보수정당이 지향하는 법치와 원칙인가”라며 “우리 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꼭 닮은 데칼코마니식 정치를 했다.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당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이제는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탄핵하겠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한덕수 후보는 입당 직후 ‘국민의힘 당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저의 목표는 단 하나, 여기서 대한민국의 기적이 끝나선 안 된다는 것,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것밖에 없다”며 “하나가 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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