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간 하정우…'충무로 보증수표' 명성 되찾을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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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철 지난 히트곡이 떠오른다. 영화 '브로큰'은 은퇴한 조폭(조직폭력배) 민태(하정우)의 피 묻은 얼굴과, 손에 든 쇠파이프를 클로즈업하며 시작된다.

한때 잘 나가는 조폭이었던 민태는 조직에서 손을 털고 나와 노가다(막일)를 전전한다. 그에게 동생 석태(박종환)는 아픈 손가락이다. 석태를 조직 생활로 끌어들인 죄책감 때문인지, 민태는 동생의 아내 문영(유다인)에게 꾸준히 돈을 부친다.

어렵게 건사한 동생인데, 나쁜 짓만 일삼다가 물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문영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민태는 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자 문영을 쫓는다. 그러다 자신과 같이 문영의 흔적을 밟는 소설가 호령(김남길)을 만난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 '야행'은 동생의 죽음이 예견돼 있다. 의심스럽다. 민태는 얽혀버린 진실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무려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던 하정우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름값을 못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비공식작전'(2023), '1947 보스톤'(2023), '하이재킹'(2024)까지, 최근 몇 년간 극장에서 개봉한 하정우의 작품은 100만명 대의 관객 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정우가 신인 감독과 만나면 시너지를 낸다는데 상업영화에 갓 데뷔한 김진황 감독의 영화 '브로큰'을 통해 웃을 수 있을지 관심사였다.

지난 2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하정우는 "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가 하드보일드하게 느껴졌고, 화려함이라곤 전혀 없었다"며 "웃긴 이야기지만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주어진 얼굴로 연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보다 현장의 분위기에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하정우는 "캐릭터의 충돌이 재미있는 영화"라며 "동생의 죽음의 이유를 찾아가며 민태나 만나는 사람들이 쌓여 가는 부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적인 관점에서 폭력의 수위가 잔인하고 냉혹한 부분이 있다"며 "무술 감독과 액션을 디자인하며 치밀하게 준비했고, 현장에서 최종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브로큰' 스틸컷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베일을 벗은 '브로큰'은 하정우를 내세운 원톱 영화, 그의 원맨쇼다. 장점은 하정우다. 반갑다, 날것의 하정우. 그간의 연기 내공을 응축시킨 감정 연기와 간결하면서도 무지막지한 쇠 파이프 액션은 볼 만 하다.

조폭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여자(동생의 아내 문영)를 찾는다는 플롯은 사실 기시감이 든다. 뚝심으로 비정하게 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하정우의 대표작 '황해'나, '추격자'와의 비교는 어렵다.

악이 악을 심판한다곤 하지만 폭행 신은 관객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 김남길과 유다인이 연기한 호령과 문정은 소모되는 데 역할이 그쳐 아쉽다.

인물의 서사와 스토리라인이 단순하면 그 과정에서 재미와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하정우라는 기대감까지 '브로큰' 당한 기분이다.

오는 2월 5일 개봉. 상영시간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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