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유신, 색다른 공연 연다 “다른 악기 곡 모아 첼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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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예술의전당서 첼로·피아노 무대
’박유신&한지호 듀오 리사이틀‘ 개최
클라리넷·바이올린·플루트 곡 모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회상하듯”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고음 여리게”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박유신&한지호 듀오 리사이틀’은 이례적이다. 첼리스트가 무대에 오르지만 공연 레퍼토리엔 첼로 곡이 없어서다. 클라리넷, 바이올린, 플루트 등 다른 악기를 위해 쓰인 작품들이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 자리다.

이 공연을 기획한 첼리스트 박유신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베토벤에서 아르떼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첼로 연주의 깊이가 다른 악기를 위해 쓴 작품으로도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유신, 색다른 공연 연다 “다른 악기 곡 모아 첼로로”

박유신은 연주자이자 기획자다. 그는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다. 그러면서 2022년 <시인과 사랑>, 2024년 <겨울 나그네> 등의 앨범을 내며 슈만과 슈베르트의 가곡을 첼로로 재해석했다. 이번 공연은 사실 처음부터 다른 악기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짜려던 건 아니었다. 박유신은 “평소 즐겨 듣던 작품들을 생각해 보니 다른 악기에서 작곡된 작품이 많았다”며 “이들 곡을 한 프로그램에 담아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만의 음색으로 고음 살린다

무대에서 가장 연주하고 싶던 곡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다. 박유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꼽는 브람스가 전원 생활을 누리던 1879년에 쓴 작품이다. ‘비의 소나타’란 별명처럼 이 곡은 우수 어린 감성이 드러나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곡으로 꼽힌다. 박유신은 “(독일 유학) 스승인 에밀 로브너가 첼로로 이 작품을 들려준 경험이 매우 좋았어서 이번 프로그램의 메인(주 곡)으로 정하게 됐다”며 “화려함이나 에너지를 보여주기보다는 내면에서 노래하고 회상하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베토벤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문경덕 기자.

첼리스트 박유신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베토벤에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문경덕 기자.

이번 공연은 1부의 독일 음악, 2부의 프랑스 음악이 대비를 이룬다. 독일 음악의 깊이와 서정성에 빠져든 뒤 2부에서 프랑스 음악 특유의 색채감과 화려함을 맛볼 수 있는 구성이다. 1부 첫 곡은 슈만이 클라리넷 용으로 썼던 ‘환상소곡집’(작품번호 73)이다. 산뜻함을 살려 공연의 흥을 띄우는 애피타이저 역할을 하기 좋은 작품이다. 이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으로 연주자가 내면에 침잠한다.

프랑스 음악으로 바뀌는 2부에선 포레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경연의 소품’을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가 첼로로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마지막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다. 바이올린 곡을 첼로로 연주할 땐 음역대를 낮추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공연에선 음을 내리지 않는다고. “첼로는 고음의 화려함도 겸비한 악기에요. 프랑크 소나타에선 고음을 화려하게 표현한다면 브람스 소나타에선 이 고음을 여리게 제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여림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첼리스트 박유신, 색다른 공연 연다 “다른 악기 곡 모아 첼로로”

“자선음악회에서 음악 하는 힘 얻어”

협연자론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나선다. 따뜻한 음색이 돋보이는 피아니스트다. 2014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4위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했다. 지금은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 교수로서 후학을 키우고 있다. 박유신과는 지난해 9월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을 비롯해 여러 차례 합을 맞췄다. “실내악 공연을 완벽하게 준비할 뿐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피아니스트”라고.

박유신은 협업이 익숙하다. 그는 올해 8회째를 맞이하는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6회째인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이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축제 기획자로서 공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예술인들과 소통해왔다. 가을마다 음악제를 기다리는 포항 시민들도 늘었다고. 지난해 포항국제음악제에선 지휘자 겸 작곡가인 윤한결의 ‘별신굿’ 초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포향이 고향인 박유신 스스로도 고향에서 하는 축제에 애정이 깊다.

“지역 접근성이 좋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음악인이 되려는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베토벤에서 진행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 리사이틀을 소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첼리스트 박유신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카페 베토벤에서 진행한 아르떼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 리사이틀을 소개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지난달엔 어텀실내악페스티벌에 참여한 음악인들과 예술의전당에서 ‘스프링 자선음악회’도 선보였다. 음악제를 꾸리는 일에서 벗어나 ‘좋아서 하는 음악’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공연 수익은 구세군서울후생원에 기부했다.

“자선음악회에선 음악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돼요. 다른 공연과는 기분이 다릅니다. 제 존재에 대한 가치를 더 생각하게 된달까요. 음악을 하고, 기부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축제를 여는 의미도 되돌아보게 돼요. 자선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해 가을 열린 어텀실내악페스티벌 공연 장면. /사진출처. 어텀실내악페스티벌.

지난해 가을 열린 어텀실내악페스티벌 공연 장면. /사진출처. 어텀실내악페스티벌.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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