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의 떨림과 갑자기 마주친 동물들…드라마 ‘이사통’ 촬영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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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맨틱 투어코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촬영지를 찾아서
① 쿼리 레이크와 카나나스키스 호수

누군가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사랑의 설레임을 느끼고 싶다면 여름과 가을, 고원의 도시 캐나다 캘거리에 가볼만 하다.

해발 1045m에 위치한 그 곳은 여름에도 청량하다. 캐나다 알버타 주에 속해 있는 캘거리 서쪽으로는 로키 산맥이 지나고, 캘거리 시내와 인근에는 다양한 핫 플레이스들이 있다. 웅장한 자연미를 감상하고 지역 특색이 가미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캘거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이면 로키 산맥과 주변명소에 닿을 수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본 비 영어 시리즈물 1위(글로벌 TOP10 비 영어 쇼 1위)에 올랐던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주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이 곳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들이 늘었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깃들고 피어난 장소들을 찾아보면서 ‘사랑의 도시’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캘거리 일대의 매력을 느껴 볼 수 있다. 캘거리 일대의 지역들을 구역별로 찾아보았다. 그 중에서 먼저 주요 장면들이 촬영된 호수 두 곳을 가보았다.

● 첫 키스의 설레임 ‘쿼리 호수’… 폐광에서 사랑의 명소로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자 호수가 눈을 뜨듯 반짝였다.

피크닉을 하러 왔다가 나무 그늘 아래서 천천히 옷을 벗던 여인이 비키니 차림으로 느리게 물속으로 들어섰다. 시선 위로 펼쳐진 높고 선명한 캐나다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 장대한 산군(山群)을 응시하느라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그녀는 그 속에서 그대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쿼리 레이크  전경.     호수에 몸을 담근 여인이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 이원홍기자

쿼리 레이크 전경. 호수에 몸을 담근 여인이 로키 산맥의 봉우리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 이원홍기자
이 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토록 크고 매혹적인 배경 속에 스며드는 일부가 된다. 그 매혹에 고통 없이 마음을 빼앗기노라면 세상의 번뇌는 조용히 잊힐 것 같다. 순수한 마음만이 남을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이 일대가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된 이유를 알 듯 하다. 이 곳은 로키 산맥 속의 호수 ‘쿼리 레이크’. 캐나다 내륙도시 캘거리 인근에 있다.

쿼리 레이크 전경.    이원홍기자

쿼리 레이크 전경. 이원홍기자
쿼리 레이크는 극중에서 주인공 차무희(고윤정 분)와 주호진(김선호 분)이 첫 입맞춤을 한 곳이다. 통역사와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서로의 감정을 키워나간 곳이다. 가을이면 온통 노란 빛이 드는 곳이지만 속눈썹처럼 짙은 여름의 초록 숲들도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로키 산맥 속의 산악 마을 캔모어타운 곁에 있다. 현지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7개의 봉우리가 13km에 걸쳐 하늘 벽처럼 늘어선 마운트 런들(2949m)과 독특한 모양의 하링 피크(2407m)가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다. 호수가에 수많은 등산로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와 산악자전거 등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야외 결혼식과 피크닉 장소로도 활용된다. 천천히 걸어서 호수를 한 바퀴 돌다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호수의 물빛과, 호수 주변을 멀고 가깝게 둘러싼 산맥들이 다양한 각도 속에서 변하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캔모어에서 가장 사랑받는 호수 공원이지만, 쿼리 레이크는 1970년대 중반까지 노천 석탄 채굴장이었다. 채굴이 중단된 뒤 버려진 채석장 구덩이는 지하 산악 샘물로 서서히 채워지며 100미터가 넘는 깊이의 호수로 변모했다. 이후 로키 마운틴 헤리티지 재단과 캔모어시가 힘을 합쳐 이곳을 정비하면서, 폐광 지역은 피크닉장·산책로·수영 구역·반려견 공원을 갖춘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호수 주변 안내판에는 채굴의 역사와 공원 조성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쿼리 레이크는 탄광촌에서 산악 관광 도시로 거듭난 캔모어의 변천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환경 재생 사례다.

● 덩치 큰 사슴, 갈색 곰, 산양의 무리들과 마주한 길… 카나나스키스 호수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에 만난 무스.   이원홍기자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에 만난 무스. 이원홍기자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또 다른 로맨틱한 장소를 찾고자 한다면 쿼리 호수 인근의 카나나스키스 호수를 방문해도 좋다. 주인공들이 극 중에서 밤하늘의 황홀한 오로라를 본 곳이다.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가는 길은 그 길 자체가 소리 없는 음악 같았다. 키 큰 침엽수의 바다 사이로 물결처럼 굽이치고 휘어지는 길 위를 부드럽게 달리다보면 여름의 입구에 들어서고도 아직 흰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쉬지 않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빠르게 전환되는 광대한 장면들에 눈길을 빼앗겨 아무도 말을 않고 있는 침묵 속에서 갑자기 “꺄아~”하는 고음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행이 급히 차를 세우고 내다본 숲에서는 현지에서도 드물게 만난다는 무스(말코손바닥사슴)가 풀을 뜯고 있었다. 몸길이 2.5~3m, 어깨 높이 1.4~1.9m까지 자라는 덩치 큰 무스는 이 곳에서도 인기가 높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현지인에게 무스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정말 축하한다”고 기뻐해주었다. 이 밖에도 커다란 갈색 곰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람들과 차량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요즈음은 한 창 곰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다. 공원 여러 곳에 곰을 주의 하라는 표지가 있었다. 곰의 출몰이 잦은 곳은 등산로를 임시로 막아 놓기도 했다.● 레이건 대통령 “곰을 마주친 두 사람 중 한 명이 신발을 갈아 신은 이유는?”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에 만난 곰.   이원홍 기자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에 만난 곰. 이원홍 기자
곰을 보니 예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언덕에서 하이킹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이 다가오는 곰을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한 명이 가방에서 열심히 운동화를 꺼내어 바꿔 신었습니다. 다른 친구가 ‘설마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라고 하자 신발을 신던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나는 곰보다 빨리 달릴 필요가 없네. 나는 자네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되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단군신화에도 곰이 나오듯 곰은 우리에게도 친근한 동물이다. 이 곳에서는 그 곰이 실시간으로 나타날만큼 가까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그리지와 레밍스’ 의 극중 배경이 캐나다 인 것도 그 만큼 캐나다에 곰이 많기 때문일 듯 하다.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동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도로 위에 차를 세우고 한 참 동안 촬영을 하고는 했다. 그러다 도로가 지체되기도 했다. 깊은 산속이라 도심 처럼 많은 차들이 오가지 않아 도로가 길게 막히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촬영을 한 뒤에는 뒤에 오는 차들을 위해 비켜주고는 했다. 너무 오래 지체되면 공원관리 관계자들이 다가 오고는 했다. 이 밖에도 산양의 무리들이 자주 길을 막았다. 이제 막 털갈이를 하늗 듯한 귀여운 새끼들을 데리고 어미 처럼 보이는 큰 양이 도로를 건너곤 했다.

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 전경.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 전경.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인상적인 길의 풍경과 그 위에서 자주 마주한 동물들 덕분에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은 여러 잊지 못할 순간을 남겼다. 이렇게 도착한 카나나스키스 호수는 크고 웅장했다. 현지인들이 그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 기회는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그 호수의 풍경과 그 호수로 가는 길은 충분히 멋진 경험을 전해준다. 카나나스키스는 선주민 언어로 물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만남’을 의미하는 장소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면 그 또한 황활한 경험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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