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 분노 불지른 ‘패장’ 클린스만의 미소
10%대 지지율 뒤로하고 미국 간 장동혁
워싱턴서 해맑은 웃음 띤 ‘인생샷’ 파문
“후보들의 짐”, 선거에 설 자리 있을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해맑은’ 웃음과 함께 김민수 최고위원과 찍은 ‘인생샷’을 접한 보수 지지자들의 심정도 클린스만의 밝은 웃음을 마주해야 했던 축구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많은 여론조사 수치가 국민의힘의 기록적 패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갤럽과 NBS의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5배가 넘는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텃밭 중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조차 누구를 후보로 세워도 김부겸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진다는 여론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당내 곳곳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14 대 2가 아니라 15 대 1로 질지 모른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무를 내팽개치고 정해진 일정을 사흘이나 앞당겨 미국으로 달려가서 한 일이 ‘친윤(親尹)’ 최고위원과의 ‘브로맨스 연출’이라니, 보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유권자들로서는 속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장 대표의 이번 방미에서 기괴했던 것은 사진 소동뿐만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회창 서청원 최병렬 박근혜 홍준표 이준석 등 많은 보수 야당의 대표가 공식 방미를 했다. 하지만 사실상 ‘본격 선거 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방미 시점과 직후 예정된 선거(대선, 총선, 지선)가 가장 근접했던 게 2002년 1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방미인데, 이마저도 6·13 지방선거를 5개월이나 앞둔 시점이었다. 면담 대상자도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거물들이었다.
장 대표는 15일(현지 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무부 관계자들과도 만났다면서 “보안상 문제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면담자 이름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는데, 이제껏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장 대표는 16일 귀국편 비행기 탑승 수속 도중 국무부 측 연락을 받고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고 하는데 현재로선 누구를 만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설령 J 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라 한들, 약속도 잡지 않은 채 운에 맡기듯 선거 국면에 열흘간 한국을 비우면서 미국으로 달려가는 것이 맞나.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루터스 의장은 미국 내 부정선거론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고, 아이사 의원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이들과의 만남이 지방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나. 이러니 당 안팎에서 ‘미국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장 대표는 미국으로 출발한 뒤 뒤늦게 올린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저는 어제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으로 출발했다”고 했다. 클린스만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책무를 내팽개치고 툭하면 외국으로 나가면서 했던 말이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국제적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축구 트렌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요르단전 참패였다. 궁색하기는 전자나 후자나 마찬가지다.사실 저조한 당 지지율과 그간의 행적 때문에 이번 선거전에서 장 대표를 위한 공간이 많지 않았던 게 현실이지만, 이번 방미로 ‘전쟁 중 탈영한 최고사령관’ ‘상중에 가요방에 간 상주(喪主)’라는 당내 비판까지 마주하게 되면서 그가 설 자리는 훨씬 더 좁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후보 확정 직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장 대표의 방미에 대해 “후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라고 했고, 1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이제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외에 부산, 대구·경북도 지방선대위 구성을 추진 중이다.
사람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장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요르단전 패전 이후 클린스만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보면 의외로 쉽게 자신의 처지, 그리고 이제부터 가야 할 길이 보일지 모른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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