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아이들(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이수경 옮김/432쪽·2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요즘 시대에 거의 표준으로 자리 잡힌 ‘감정 존중 양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왜 친구 사귀기에 갑자기 학교 상담 교사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게 되었을까? 본래 대인관계 기술은 현실 삶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획득하는 것이라고 케이나르는 강조했다. 정서 조절 능력도 마찬가지다. …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법은 교실에서 말로 하는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다.’(4장 ‘공감과 배려는 어떻게 아이들을 망치는가’에서)
가부장적 또는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내 아이에게만은 안 그래야지’ 하는 생각에 친구 같은 아빠, 다정다감한 부모가 되려고 애를 쓴다. 온갖 전문가의 코칭과 육아서를 섭렵하고, 자녀에게 늘 존댓말을 하고 벌주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도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확신한다.하지만 저자는 이는 부모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통제권을 잃으면서 당연한 일을 시키기 위해 자녀에게 애걸복걸하는 약자로 전락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자기 자식이 살면서 어떤 실패나 어려움도 겪지 않게 해주려는 것은 부모로서 인지상정이겠지만, 그 ‘실패와 어려움’도 ‘내 아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아직도 모르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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