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모네는 천재일까 거장일까… 정점을 언제 찍었나 보라

6 hours ago 2

경제학자가 탐구한 예술가의 전성기
‘천재’는 재능 바탕으로 젊을때 성공… ‘거장’은 실험 반복하며 뒤늦게 인정
인상파 이끈 모네는 거장으로 분류… 서로 보완하며 예술 발전 이끌어
◇천재와 거장/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이준호 강은경 옮김/440쪽·2만8000원·글항아리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는 60대에 대표작 ‘수련’ 연작을 발표한 대표적인 ‘실험적 혁신가(거장)’다. 실험적 혁신가는 동일한 주제를 반복해 다루면서 인생 중후반에 성과를 낸다. 특정 아이디어에서 단시간에 성과를 내는 ‘개념적 혁신가(천재)’들과는 창의성 발현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는 60대에 대표작 ‘수련’ 연작을 발표한 대표적인 ‘실험적 혁신가(거장)’다. 실험적 혁신가는 동일한 주제를 반복해 다루면서 인생 중후반에 성과를 낸다. 특정 아이디어에서 단시간에 성과를 내는 ‘개념적 혁신가(천재)’들과는 창의성 발현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혁명적인 스타일로 예술계를 뒤집었던 파블로 피카소와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감독 장뤼크 고다르. 그리고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과 영화 ‘현기증’을 만든 앨프리드 히치콕.

각 예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누구나 알 만한 예술가들이지만 전자와 후자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일찍이 두각을 드러낸 천재, 후자는 대기만성형 거장이란 점이다. 이 책은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조각가, 소설가, 영화감독 등을 ‘개념적 혁신가’(천재)와 ‘실험적 혁신가’(거장)라는 개념으로 분류한 뒤 생애주기에 따라 달리 발현되는 창의성에 대해 논한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원인 저자는 ‘예술가의 생애주기와 혁신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다. 실제 예술가들의 생애주기별 경매가 추이,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작품을 제작한 나이 등을 수치로 비교하면서 천재와 거장을 나누는 기준을 증명해 간다. 책에 따르면 천재로 통칭되는 ‘개념적 혁신가’는 특정한 아이디어나 욕구에서 동기를 얻어 즉시 성과를 낸다. 반면 거장으로 분류되는 ‘실험적 혁신가’들은 동일한 주제를 반복해 다루며 성과를 낸다. 이 두 유형의 예술가들은 경쟁을 거듭하면서 근대 예술사를 발전시켜 왔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실험적 혁신가를 ‘지성이 결여된 단순 장인’으로, 실험적 혁신가들은 개념적 혁신가를 ‘진실성이 부족한 지적 사기꾼’으로 여기며 비난했지만, 실은 끊임없이 서로를 보완·대체하며 예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19세기 중후반 실험주의자들이 이끌었던 인상주의는 개념주의자들의 상징주의와 입체파로 대체된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다시 실험주의자들이 득세하며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등 추상표현주의가 대세를 형성한다. 이런 흐름은 이후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천재들’의 팝 아트로 진화하며 또 한 번 뒤집힌다. 책은 “두 방식 중 하나가 과도하다고 인식되는 시점엔 젊은 예술가와 평론가, 화상(畫商) 사이에 그 반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생에 걸쳐 다수 작품을 남긴 클로드 모네는 어디에 속할까. 60대에 대표작 ‘수련’ 시리즈를 남긴 모네는 오랜 시간 연구와 작업을 반복한 실험적 혁신가, 즉 거장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20, 30대에 인상주의 사조를 이끌며 생애 최고가 작품을 그렸다는 사실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인다. 저자는 “혁신이 전적으로 개별 예술가들에 의해 이뤄지진 않는다”면서 모네의 초기 성과는 그 자신의 천재성이라기보다는 선배 예술가들의 연구 의제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논지를 예술사 밖으로 넓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생애주기를 조사한 결과 개념적 혁신가는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를 43세에, 실험적 혁신가는 그보다 늦은 61세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개념주의자를 단거리 주자에, 실험주의자를 마라토너에 빗대며 “자신의 기술에 맞춰 창의성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종류가 다를 뿐, 혁신은 누구에게나 있다. 책 마지막엔 자신이 어느 쪽 혁신가에 속하는지 체크해 볼 수 있는 진단표 등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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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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