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두 경제석학은 왜 능력주의에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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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토마 피케티, 마이클 샌델 지음·장경덕 옮김/1만7800원·152쪽·와이즈베리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글항아리)으로 세계 경제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로 수많은 도덕적 충돌의 순간을 철학으로 풀어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불평등 전문가’인 두 석학이 지난해 5월 파리경제대에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

두 사상가는 대담에서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를 탐구하는 한편, 사회·경제·정치적 격차의 근본을 짚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이들은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공공 자원은 1919년부터 1990년까지 10배로 늘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정치권이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능력주의’에 반대한다. 개인이 학력을 높이려는 노력만으로 막대한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이룬 것으로 보게 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준 행운과 요행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해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추첨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피케티 역시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돈이 덜 중요한 사회로 가야 할까’ ‘세계화와 포퓰리즘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불평등 관련 이슈에 대한 두 석학의 견해를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불평등이 단순한 소득 격차가 아닌 ‘공동선’을 파괴하는 세계적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강한 누진 과세’와 ‘부유층의 정치적 통제’ 등 대책은 다소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늘날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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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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