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인 가구 1000만 시대… 고독사 방치된 중장년男

4 days ago 5

독거 중장년 남성, 노년층보다 취약… 실직-질병-이혼때 치명적 위기 겪어
문화-지역-주거 등 사회적 요인 분석… 이상징후 알아챌 ‘인적 자원’ 구축해야
◇혼자 죽는 사회/송인주 지음/276쪽·1만8800원·김영사

고독사는 더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 같은 일부 취약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2026년 행정안전부 주민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 생애에 걸쳐 혼자 살아가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독사는 더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 같은 일부 취약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2026년 행정안전부 주민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 생애에 걸쳐 혼자 살아가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살던 사람이 혼자 죽는다. 과거에는 단순 변사로 처리됐던 죽음이 이젠 ‘고독사’란 이름으로 불린다. 혼자 맞이하는 죽음이 갈수록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온전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이고 숨진 뒤에도 사회의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독한 죽음은 고독한 삶과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사회 구성원이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현상을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책은 고독사라는 외로운 최후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반성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모색을 담아냈다. 저자는 한국 최초로 고독사 통계와 기준을 마련한 사회복지 연구자로, 메스를 통한 법의학적 부검이 아니라 사회적 부검을 통해 사망자의 사인을 규명한다. 망자의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하고, 고독사에 영향을 끼친 제도나 문화, 지역, 주거 등 사회적 요인을 밝혀 나간다.

가명으로 등장하는 12개의 사례는 각자 구체적인 이야기로 한국인이 고독사에 이르는 실태를 보여준다. 가령 고독사는 흔히 노년에 일어나는 불행으로 치부되지만 실제로는 중장년 남성이 가장 취약하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로부터는 한창의 노동력으로 취급받고, 가정으로부터는 ‘가장’이란 막중한 역할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실직, 질병, 이혼 등이 그들을 실패자로 만들 때 사회는 그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다. 게다가 중장년 남성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고독사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지역 사례연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로 빠른 개발로 주거지는 과밀해진 반면, 공공 영역이 자리 잡을 틈이 없었던 곳에서 행정·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런 지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이웃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저자는 입주자들 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는 등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정주 여건을 위한 공공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은 근본적인 고독사 대응 방식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적시에 제공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촘촘한 연결’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건 ‘지켜보기’다. 고독사는 결국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취약계층 사람들에겐 생존을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알아채 신고해 주는 주변 사람들이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된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세상은 갈수록 각자도생이 만연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며 사람 간의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립 상태에 놓일 수 있단 뜻이다. 책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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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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