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경 파괴하는 '착한 기업' 만들기…파타고니아 창업자 괴롭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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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트백’은 등반을 위해 지위와 재산을 마다하고 길 위를 떠도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젊은 시절 더트백로 불렸다. 자동차에 장비를 싣고 암벽을 찾아다니던 그는 훗날 연 매출 10억달러 기업을 일궜다.

[책마을] 환경 파괴하는 '착한 기업' 만들기…파타고니아 창업자 괴롭힌 딜레마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겔러스의 <더트백 억만장자>는 쉬나드의 삶과 경영을 밀착 취재한 책이다. 많은 기업들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몰두할 때, 쉬나드와 파타고니아는 그 물결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스프린터보다, 손끝으로 균열을 더듬으며 자신만의 루트를 찾아낸 등반가에 가까웠다.

쉬나드는 겨울이면 대장간에서 암벽 장비를 만들었고, 봄이 오면 자동차 뒷좌석에 물건들을 싣고 길을 떠났다. 물건을 팔아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다시 산으로 향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파타고니아의 기업 문화도 이 생활에서 비롯됐다. 파도가 좋으면 직원들이 서핑을 하러 나가고, 아이를 일터에 데려오는 풍경은 회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쉬나드를 윤리적 기업가의 성공 사례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를 평생 괴롭혀온 가장 큰 난제에 주목한다. 지구를 지킨다고 말하면서도 소비재를 만들 수밖에 없는 회사. 파타고니아는 모순을 끌어안은 채 고민 속에서 발버둥 쳐온 회사로 그려진다.

그 모순은 때때로 조직 내부의 긴장으로 나타났다. 쉬나드는 관대하면서도 때론 지나치게 간섭했고, 자율성을 말하면서도 쉽게 통제권을 내려놓지 못했다. 환경 보호를 고집하다 보니 품질과 가격 문제가 뒤따랐다.

쉬나드는 성공과 환경 보호, 두 가치가 충돌할 때마다 더 나은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덜 만들고, 덜 파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 문구는 이 같은 생각을 집약해 보여준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쉬나드가 억만장자라는 이름을 거부하는 대목이다. 2017년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오른 그는 분노했다. 평생 소유와 과시를 경계한 더트백에게 억만장자라는 호칭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2022년 모든 주식을 파타고니아를 위한 신탁회사와 자선 단체에 넘겼다. 회사가 더 많은 이윤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목적에 묶이도록 지배 구조 자체를 바꾼 것이다.

쉬나드의 삶과 경영에도 모순과 구멍이 있다. 다만 그는 그 모순을 덮어두지만 않았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계속 고쳐 오르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여전히 유효한 하나의 등반 루트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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