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여러분을 달과 화성, 궁극적으로는 그 너머까지 데려다줄 수 있길 바랍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2년 이 회사를 세울 때부터 인류를 다른 행성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류를 ‘다행성종’으로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세계 투자자들은 그 꿈에 베팅했다. 스페이스X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857억달러를 조달했다.
그런데 잠깐. 인류의 다른 행성 이주는 정말 현실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미국의 부부 연구가 잭 와이너스미스와 켈리 와이너스미스의 신간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낙관으로만 가득 찬 시각에 브레이크를 건다. 책은 우주 정착의 현실적인 한계를 냉정하게 짚는다.
화성 정착을 상상하면 대개 멋진 장면들이 떠오른다. 붉은 땅 위에 세워진 돔형 건물, 푸른 식물이 자라는 온실, 지구를 떠나 새 문명을 세우는 개척자 등이다. 그러나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질문들이다.
숨 쉴 공기는 어떻게 만들 것이며 물과 식량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낮은 중력과 방사선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누가 땅을 소유할 것이며 분쟁이 생기면 어떤 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저자들은 우주 정착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궤도 역학, 생태학, 역사, 법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 현실의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는 여행지가 아니라 정착지를 만들기 위한 핵심 문제다. 중력이 없거나 작은 환경은 인간의 몸에 예측하기 어려운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태아와 신생아에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주비행사는 뼈와 근육을 지키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운동한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에게 그런 훈련을 시킬 수는 없다. 무중력 또는 저중력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이 이뤄진 사례도 없다.
화성의 거주 조건도 만만치 않다. 화성 표면은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토양에는 지구에서는 미량만 발견되는 독성 물질인 과염소산염이 포함돼 있다. 거대한 먼지 폭풍과 영하 65도 안팎의 평균 기온도 문제다. 핵무기를 동원해 화성을 지구처럼 바꾸자는 테라포밍 구상도 거론되지만, 저자들은 그런 기술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본다. 최악의 기후 위기로 지구 일부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더라도, 현재의 화성과 달에 비하면 지구는 여전히 ‘에덴동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법과 정치의 문제도 남는다. 정착지 개발을 위해선 어떤 영토와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달과 화성의 땅, 광물, 물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규칙을 마련하지 못했다. 1979년 체결된 ‘달 협정’은 우주 자원 이용을 둘러싼 국제 규범을 세우려 했지만, 저자들은 이를 실패한 시도로 본다. 실제로 자력으로 사람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주요 국가는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0년 미국 주도로 ‘아르테미스 협정’이 나왔는데, 문제는 여기에 포함된 ‘안전 지대’ 개념이다. 시설과 활동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정 반경 안에서 다른 주체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면, 이는 사실상 우주 자원의 선점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지구에 관한 책이다. 기후 위기, 전쟁, 자원 고갈이 심해질수록 지구가 안 되면 다른 행성으로 가면 된다는 상상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보여주는 화성은 낭만적인 피난처가 아니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인류가 화성에 간다고 해서 곧바로 더 나은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어서다.
책은 우주를 더 진지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술만으로 도시는 세워지지 않고, 도시는 산소와 식량만으로 유지되지 않아서다. 출산, 의료, 노동, 법, 권력, 갈등 조정, 폐기물 처리를 위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우주를 향한 꿈이 허황된 믿음이 되지 않으려면 지루하고 촘촘한 질문들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들은 “단순히 다른 별에 간다고 해서 우리가 알아서 현명해지진 않는다”며 “별에 가고 싶다면, 일단 충분히 현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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