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월드와이드웹 창시자가 제안하는 '모두의AI'

1 week ago 7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에서 초기 웹 브라우저를 시연하고 있다. /CERN 제공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에서 초기 웹 브라우저를 시연하고 있다. /CERN 제공

1990년대 말, 인류는 ‘연결’에 열광했다.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결합해 사람과 정보,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세상, ‘월드 와이드 웹(www)’은 이 유토피아를 실현할 핵심 도구가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는 직접 메시지를 띄웠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This Is For Everyone).” 웹과 관련한 특허를 단 하나도 내지않고 인류에게 선물한 그의 문장은 큰 울림을 남겼다.

[책마을] 월드와이드웹 창시자가 제안하는 '모두의AI'

2022년 말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 이후 인간의 일상과 체제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람들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자신만의 ‘AI비서’와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거대한 데이터와 플랫폼, 알고리즘은 권력이 됐다.

‘웹의 아버지’ 버너스리가 쓴 <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가 국내에 출간됐다. 런던에서 낡은 텔레비전과 부품을 모아 컴퓨터를 조립하던 소년이 물리학자로 성장해 1980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웹의 모태가 된 하이퍼텍스트 프로그램 ‘인콰이어’를 개발하고 1989년 ‘월드와이드웹’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버너스리가 처음 꿈꾼 웹은 연결의 공간이었다. 그는 서로 다른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흩어진 정보를 자유롭게 연결함으로써 전 세계 과학자와 시민들이 협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집단이 함께 지적 생산성을 발휘하는 상태, ‘상호창의성(intercreativity)’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은 버너스리의 꿈을 실현하는 듯 했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재 정권의 폭력을 세계에 알렸고, 정보는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 하지만 그의 낙관은 2018년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으로 산산조각났다. 서드파티 쿠키는 사용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기업은 중독성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를 붙들었다.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데이터 소유 구조에서 찾는다. ‘AI 시대의 석유’ 데이터는 사용자로부터 나오지만, 실질적인 통제권은 플랫폼 기업이 갖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플랫폼 기업의 독점 구조를 강화한다.

버너스리는 단순히 빅테크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보관하고 기업은 사용자의 허락 아래 필요한 정보에만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리고 지금 AI에 둘러싸인 인류의 일상 내면을 분석한다. 이 책이 후반으로 갈수록 버너스리의 자서전에서 철학서로 읽히는 이유다.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데이터 프로토콜과 플랫폼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은 상당히 난해하다. 빅테크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리겠다는 주장도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웹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그의 경고는 AI 비서와 모든 고민을 나누는 우리 모두에게 아찔함을 안긴다. 그래도 웹의 창시자는 희망을 말한다. 웹은 다시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